[차관칼럼]

걸림돌은 치우고 디딤돌은 놓자/유영학 보건복지부 차관

얼마전 올해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열린 장애인정책 국제포럼에 참석했다. 한·중·일 3국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의 장애인정책과 복지 수준을 뒤돌아 보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공동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이날 포럼 기조연설을 한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인 강영우 박사는 내가 워싱턴 주미대사관 파견근무 시절 처음 알게 된 분으로 지금도 세계를 무대로 장애인 복지를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마치고 나니 문득 미국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시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라는 중책을 맡아 장거리 여행이 잦은 강 박사에게 “앞을 볼 수 없는데도 안내자 없이 어떻게 혼자 다닐 수 있느냐”고 물어 봤는데 강 박사는 대수롭지 않게 “공항까지 택시타고 공항에서는 비행기 탑승 때까지 안내 받고 공항에 도착하면 다시 택시를 타고 회의장까지 간다”고 대답했다.

단 10분의 시각장애 체험으로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비장애인 입장에서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미국 사회는 시각장애인이 여행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장애인을 우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장애인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는 의미였다.

장애인복지 업무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공직자로서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돌아보면 이날 국제포럼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비교적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낸 것으로 생각된다.

유엔이 세계장애인의 해로 정한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 제정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부의 장애인 정책은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대회 개최, 1989년 ‘장애인복지법’으로의 전면개정 그리고 장애인 복지를 전담하는 부서가 복지부에 설치되면서 추진체계가 갖춰졌다.

이를 계기로 1990년대 장애인의무고용제 도입,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제도적 지원체계가 정비됐다.

2007년에는 대한민국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큰 걸음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 세계에서 7번째, 아시아에서 2번째로 제정됐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또 2008년에는 ‘제3차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해 장애인 복지선진화,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 확대, 교육문화 증진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올해 3월에는 장애인연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새롭게 제정됐다. 정부가 중증장애인의 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들여 추진해 왔던 장애인연금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 장애인연금법 시행령, 시행규칙 그리고 대상자 선정기준이 마련되고 7월부터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최대 15만원의 장애인연금이 지급된다.

일각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불만도 있지만 장애수당이 장애인연금으로 변경돼 그 권리성이 한층 강화됐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했다는 면에서 진일보한 제도이다.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앞으로 급여액과 급여대상을 점진적으로 인상, 확대해 장애인연금제도가 중증장애인의 실질적인 소득보장을 지원하는 제도로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밖에 장애인장기요양제도 2차 시범사업, 제3차 편의증진 국가종합 5개년 계획 수립, 복지와 고용이 연계된 장애인일자리 창출 그리고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을 위한 종합적 지원서비스 제공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지난 20일은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 3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이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금년도 장애인의 날 슬로건은 ‘편견, 부끄러움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였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장애인 복지의 큰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정부의 장애인 복지를 위한 노력에도 장애인이 홀로 가기에는 아직은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장애인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면서 보다 나은 장애인 복지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나갈 것이다.

장애인들 앞에 놓인 ‘걸림돌’은 치우고 행복하게 함께 걸을 수 있는 ‘디딤돌’을 하나씩 놓을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