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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싫은 소음 이젠 안 들을 수 있다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03 06:10

수정 2010.05.02 22:19

# 2020년 5월 2일 경기 부천에 사는 김태준씨(40)집 거실. 김씨와 두 아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록음악을 감상하고 있고 김씨 부인은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 거실은 클래식과 록 음악 소리로 가득했지만 이들은 서로 소리에 전혀 방해받지 않고 각자 취향대로 음악을 즐긴다. 이는 원하는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이른 바 ‘사운드 볼(SOUND BALL)’이 현실화 된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다.

소음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시끄러운 대한민국이 조용해질 수 있을까. 과학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32개 스피커로 만든 소리 공

사운드 볼이란 소리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원하는 사람만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3차원 음향시스템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양한 교수팀은 최근 32개의 스피커를 연결해 사운드 볼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현재 이에 대한 국내 특허가 1건 등록돼 있으며 미국 특허도 출원 중이다.

김 교수팀은 실험실 내에 쇠파이프와 스피커로 연결된 공 모양의 공간을 만들었다. 사방에 달려 있는 32개의 스피커에서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가로 세로 80㎝ 정방형 공간의 청취영역을 구축했다.

이 공간안에서는 원하지 않는 소리를 구분해서 들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스피커의 개수를 늘릴수록 사운드 볼 기능 정확도는 더 높아지게 된다”면서 “점점 공간의 크기를 확대하면서 스피커 수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소리만 듣는다

사운드 볼을 활용하면 큰 체육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방송을 할 때 원하지 않는 소리를 차단, 집중해 듣게 할 수 있다. 또한 큰소리로 방에서 TV를 시청해도 공부하는 수험생 자녀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게 할 수 있다.

즉 주변 사람에게 피해 줄 걱정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각종 음향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 사운드 볼은 소리가 2개 이상의 파동으로 섞여 가면서 일으키는 간섭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진동이나 파동과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인 위상이 같게 되면 서로 만나 소리가 커지게 된다. 반면 위상이 반대인 파동끼리 만나면 작아지게 된다. 소리가 커지는 경우를 보강간섭, 작아지는 경우를 상쇄간섭이라고 한다.

김 교수팀의 사운드 볼은 청취영역에서 보강간섭이 일어나고 다른 장소에서는 상쇄간섭이 일어나도록 설계됐다.

현재도 대형 극장 등에서는 사운드 볼의 실현이 가능하다.

문제는 설치 비용이다.
한 공간에 사운드 볼을 설치하는 비용은 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현재도 대형 극장 등에 사운드 볼 설치가 가능하지만 비용이 너무 커 실현을 못한다”면서 “설치 비용을 줄이는게 상용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사진설명=KAIST 기계공학과 김양한 교수팀은 최근 32개의 스피커를 연결해 사운드 볼을 개발했다. 실험실 내에 설치된 사운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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