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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구제역 종식, 국민방역체계가 관건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09 18:33

수정 2010.05.09 18:33

12시간 정도 긴 단잠에 빠지면 나는 어느새 지구 반대쪽으로 옮겨져 있다. 아마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공항 어딘가에 도착한다. 타임머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국가 간의 이동상황을 그린 것이다.

국제적으로 상품과 사람의 이동이 많아졌다. 이유도 다양하다.
여행이나 유학은 기본이고 외국어학원 강사로, 노동자로. 특히 구제역 등 상시 가축질병 발생국인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에서 인력의 수입이 많다. 한국에 가장 많은 관광객을 보내는 일본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몽골, 베트남 등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가축질병의 유입과 확산도 국제화되는 추세다.

과거에 비해 축산업이 산업화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관련업종도 많아졌다. 사료업체, 수의사, 인공수정사, 가축운송업 등 축산지원 산업의 영업 범위도 넓어졌다. 사료 차량은 전국을 누빈다. 축사에 사람의 출입이 잦아 방역을 위한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국내외적으로 전염병의 유입과 확산 우려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축 질병을 차단하는 것이 결국 축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구제역을 비롯한 악성 가축 질병은 축산업뿐 아니라 발생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보게하고 국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그리고 국가 이미지 하락과 수입개방 압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자유무역 시대에 우리나라가 구제역이 상시 발생하는 국가로 되면 구제역 발생국에서 우리나라에 축산물을 수입할 것을 요구할 때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빠르고 사람 의복이나 신발, 차량 바퀴 등에 묻어 14주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결국 바이러스와 접촉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역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과학자들은 구제역의 전파력을 동물, 사람, 물건 등의 순으로 본다. 하지만 동물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그렇다면 사실상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은 사람이라고 하겠다. 인천 강화도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경우도 그렇다. 농장주가 중국여행을 다녀온 것이 바이러스 전파의 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축 질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방역체계가 핵심이다.

정부는 구제역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국경 검역을 강화하고 정기적으로 예찰을 해 왔다. 축산농가에 해외여행을 할 때 주의할 점을 미리 알렸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초동 대응 역시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 노력뿐만 아니라 구제역 방역에는 축산농가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구제역 방역의 최후의 보루는 역시 축산농가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소독으로 질병이 농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가축은 소중한 재산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제역 등 악성 가축질병 발생국을 가급적 여행하지 않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다녀왔다면 공항에서 신고와 소독을 받아야 하고 5일간 농장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축산농가가 자체적인 방역 노력에 더 신경을 쓰도록 정부도 정보 제공과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가령 구제역 발생국을 여행한 후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경우 매몰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고 각종 정책 지원에서 배제하는 등의 조치다.

국민도 중요하다. 우리의 고향, 농어업을 생각해 가축 질병이 발생한 나라와 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조심하고 특히 외국이든 우리나라든 축사 방문은 자제하는 성숙한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4월 8일 강화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경기 김포, 충북 충주, 충남 청양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철저히 차단방역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사람·차량 등에 의해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세심한 주의와 국가적인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아주 간단한 상식을 생각해 본다. 아무리 목욕탕이 많아도 본인이 몸을 씻지 않으면 깨끗해지지 않는다.
구제역 극복도 농가들이 먼저 실천하고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부와 축산농가의 노력에도 한계는 있다.
모든 국민이 동참하지 않으면 구제역 극복이라는 산을 넘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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