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PTV 시장,대책없는 저가경쟁.. 남은건 ‘적자’

국내 인터넷TV(IPTV) 업계의 취약한 경쟁력이 미국 시장조사업체의 보고서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입자 수 급증에도 불구하고 경쟁국에 비해 수익성이 지나치게 저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PTV 가입자수는 최근 1∼2년 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IPTV 사업에 뛰어든 북미나 유럽의 사업자들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다.

그러나 수신료 저가 경쟁으로 가입자 기반 늘리기에 주력하다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사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적자가 이어질 경우 당초 기대한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가입자 440만명

17일 미국 SNL카간의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IPTV 가입자는 174만명으로 세계 4위에 올랐다. 지난달 200만명을 넘어선 우리나라 IPTV 가입자수는 오는 2013년 440만명으로 늘어나 연평균 25.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평균 가입자수 증가율은 상위 7개 국가 중 독일(34.8%)에 이어 중국(25.8%)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케이블TV 업계가 전체 2000만 유료방송 가입자 중 80%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지만 통신업체들의 시장확대 전략으로 IPTV 가입자가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SNL카간의 벤 르네커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오는 2013년 440만, 300만 가입자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잠재력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매출액, 일본의 절반 불과

반면 우리나라 IPTV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1억8000만달러(약 2060억원)에 그쳐 가입자 수가 20만명가량 적은 일본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우리나라보다 가입자수가 3.3배 정도 많았지만 매출액은 무려 20배 이상 많았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저가 수신료 문제가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기준 업계 평균 수신료는 7.5달러(약 8700원)로 미국(69달러), 일본(44달러)은 물론 인도네시아(22달러), 필리핀(12달러)보다도 형편없이 낮았다.

지난 2008년 말 실시간 IPTV가 출범하기 전 케이블TV 업계가 벌였던 저가 경쟁은 IPTV가 나오면서 더 극심해졌다. 여기에다 정부의 IPTV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가입자 확대 요구와 통신업체들의 뉴미디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마케팅 경쟁이 불붙으면서 유료방송의 저가 구조가 고착화되기에 이른 것.

유료방송 업계 한 최고경영자(CEO)는 “통신업체들이 방송·통신 결합상품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방송을 수개월씩 공짜로 제공하다보니 수신료를 높이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며 “결국 돈 문제 때문에 차세대 방송서비스를 위한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대학 매체연구소장(교수)은 “우리나라는 IPTV가 도입되면서 유료방송 업체들의 저가 경쟁이 더 치열해져 세계적으로 방송 수신료가 가장 낮은 상태”라며 “이대로 가다간 방송업체들이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에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2013년 26조원 시장, 미·일 주도

안정적인 유료방송 수신료 구조를 갖춘 미국과 일본 등은 IPTV 역시 제값을 받으며 산업 활성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SNL카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13년 IPTV 가입자가 1220만명까지 늘어 중국(1080만명), 프랑스(820만명)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할 전망이다. 미국은 IPTV 매출 역시 4년 뒤 117억3000만달러(약 13조5000억원)까지 늘어나 뉴미디어 시장에서 독주 체계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오는 2013년 IPTV 가입자가 300만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적을 전망이나 매출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기며 한국과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SNL카간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세계 IPTV 가입자는 오는 2013년 5960만명, 관련 매출은 226억2000만달러(약 26조1000억원)로 연평균 18.8%, 27.0%의 성장률을 각각 보일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IPTV 서비스와 관련 시스템을 수출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선 수익성 확보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