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하나의 중국 속의 다양한 중국/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23 19:11

수정 2010.05.23 19:11

올해 2월 중국 사회과학원은 흥미로운 통계자료를 하나 발표했다. 중국 광둥성(廣東省)의 국내총생산(GDP) 총량이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약 5800억달러. 이는 G20 국가들과 비교해도 16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물론 중국 인구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20개가 넘는 성이 존재하는 중국에서 성 하나가 이 정도라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실제로 광둥성의 인구는 남한 인구의 2배에 달하는 9544만명이다.

광둥성을 이야기 할 때, 또 한 가지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다.
마오쩌둥 사후의 혼란기에 집권한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며 개혁·개방을 주창했다. 이 개혁·개방의 거대한 시험 무대가 된 곳이 바로 광둥성이다. 1980년 경제특구 4곳 중 선전, 주하이, 산터우 등 3곳이 광둥성에 지정됐다. 광둥성에서의 개혁·개방이 실패했다면, 오늘날 G2로 부상한 중국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은 외국인투자 심사허가권의 지방정부 이양 범위를 당초 1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일·대만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LCD 투자 허가도 지방별로 고르게 배분한다고 한다. 이는 모두 지방정부의 권한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위기 이후,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 지방정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내 진출 기업들의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논의하기에는 지방정부가 더욱 적합한 파트너이다. 중국의 주요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경제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물론 중국은 인구 13억명의 거대한 대국이다. 황하문명 이래로 중국 역사는 통일과 분열의 연속이었다. 남한 면적의 약 100배인 광활한 중국 대륙을 감안하면 중국을 하나의 잣대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오히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 중국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에 우선순위에 따라 중국 지방정부와의 경제협력이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그 시작은 당연히 중국 경제의 기관차인 광둥성이어야 할 것이다.

광둥성은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첫째 ‘전 세계 화교의 고향’이다. 정화(鄭和)의 해외 원정 이래로, 광둥성은 중국 대외진출의 출발점이었다. 화교는 유대인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대 큰 손이다. 중국이 경제특구를 광둥성에 설치한 이유도, 홍콩과 광둥성을 주강삼각주로 연계 개발하는 것도 바로 ‘화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둘째 광둥성은 ‘거대한 정책의 실험장’이다. 흔히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 부르지만 이는 광둥성을 지칭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광둥성이 최근에는 ‘경제 선진화’와 ‘지속가능 발전’의 전초기지로의 탈바꿈을 모색하고 있다. 광둥성은 어쩌면 ‘중국 이상의 중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의 1인당 GDP인 3600달러를 훨씬 초과한 광둥성의 1인당 GDP는 이미 6000달러를 향하고 있다. 게다가 약 1억 명의 인구를 감안하면 실로 거대한 시장 그 자체이다. 이제는 ‘세계의 공장’을 기반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광둥성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내일 광둥성 광저우에서는 ‘제1회 한·광둥성 경제무역 발전 포럼’이 개최된다. 이는 한국 중앙정부가 중국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최초의 경제협력 포럼이다. 광둥성에는 이미 약 10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결과 양자 간 협력 방안이 심도 깊게 논의될 예정이다. 중국 속담에 ‘산길도 자주 다녀야 길이 되고, 안 다니면 풀이 무성해진다’고 한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인과 광둥인 사이에 마음을 이어주는 친근한 산책로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해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