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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기행] (5) 중외제약,글로벌 R&D 네트워크 Wnt 표적항암제 개발 힘모아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24 18:30

수정 2010.05.24 18:30

지난 4월 20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암학회(AACR) 정기학술대회. 중외제약 테리악(Theriac) 연구소장인 캐시 에마미 박사가 연단에 섰다.

에마미 박사는 세계 최초로 개발중인 ‘Wnt 암 줄기세포 재발억제제’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한국 제약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AACR에 모인 40여개국 2만여명의 이목이 Wnt 표적 항암치료제에 집중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프레젠테이션 중에 파워포인트 자료 자체를 사진으로 촬영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중외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Wnt 암 줄기세포 억제제 ‘CWP231A’는 암세포가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특정 타깃 신호전달만을 차단해 정상세포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암의 전이를 막아주는 혁신 신약이다.
지난 2000년 11월 미국 시애틀에 테리악 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9년간 진행된 이 연구에는 총 5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현재 글리벡과 같은 표적항암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지만 Wnt 신호전달경로를 차단해 암의 재발과 전이의 원인인 암줄기세포를 사멸시켜 암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혁신신약을 임상단계에 진입시킨 것은 중외제약이 처음이다. CWP231A 개발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 이어 8번째로 혁신 신약을 개발한 국가가 된다.

캐나다 현지에서 진행된 전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CWP231A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임상시험(IND)에 필요한 유전독성시험, 안전성약리시험 등을 모두 충족했다. 특히 항암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선택성이 우수하고 장기 투여 시에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다발성골수종과 림포마 동물모델 시험에서 현재 주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벨케이드·리툭산)보다 2배 이상 우수한 항암효능을 보였다

중외제약은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다발성골수종, 림포마 환자를 대상으로 CWP231A의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한 후 올해 말에는 미국 FDA에 임상시험 승인(IND)을 신청할 계획이며 2014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측은 2014년 이 약물이 상품화되면 발매 첫해에 30조원 규모의 전세계 표적항암제 시장에서 최소 3%만 점유해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외제약의 연구개발 성과에는 지난 30여년동안 구축해온 한·미·일 3개국에 걸친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가 바탕이 됐다.


중외제약은 지난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의 기틀을 마련한 이래 1992년 일본 주가이제약과 50대 50의 투자를 통해 C&C신약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한·미·일에 총 4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에서는 Wnt 암 줄기세포 억제제 외에도 난치병인 대사성질환 분야에서 획기적인 신약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외제약 이경하 부회장은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Wnt표적항암제를 비롯한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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