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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G20 국격 맞는 조달시장 위해/노대래 조달청장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14 18:29

수정 2010.11.14 18:29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반부패’도 의제로 다뤘다.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는 부패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지만 성장이 본격화될 때까지 청산되지 않으면 사회적 신뢰가 깨지고 거래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부패를 껴안고 가면서 지속성장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균형성장을 논의하는 G20 회의에서 부패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공공조달 하면 납품 비리가 연상된다.

조달 관련 국제회의에서도 부패 문제가 단골 메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나라장터’ 덕분에 투명 조달의 대명사가 됐다. G20 정상회의 개최국 입장에서 앞으로 세계 조달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할 국가로서 우리의 조달시장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조달시장의 개방 정도를 보자. 우리나라는 정부조달협정(WTO)에 이미 가입(1997년)했고 중소기업 할당분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달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특히 전자입찰시스템인 나라장터는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국제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해외 조달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조달 전문가들이 국제기구에 적극 진출, 규격 설정에 직접 참여토록 해야 한다.

둘째, 외자를 선호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국내 조달시장에서 외국업체의 점유율은 아직 1%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고가품은 국내 생산체제가 갖춰졌는데도 일본, 미국, 덴마크, 독일 제품 등이 국내 공공기관에서 유통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부터 솔선을 보여야 한다. 조달 우수 제품이 외자를 대체할 수 있도록 판로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셋째, 시장기능 보강이 시급하다. 공공조달은 ‘곶감을 빼먹을 생각만 한다’는 비판이 공공연하다. “정부가 비싸게 사줘야지 왜 민수시장의 거래실례 가격으로 사느냐” “모든 업체로부터 n분의 1로 사줘야 공평한데” “조합에서 추천하는 기업으로부터 사 달라”는 등의 요구사항이 많다. 검사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내세워 품질검사 완화를 요구한다. 중소기업의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기업을 분할한다. 간판급 대기업들이 담합으로 물의를 빚는다. 모두 시장원칙에 반하는 사례들이다.

조달청에서 중소기업에 혜택을 부여하는 이유는 이익 보호가 아니라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유효경쟁력을 보강시키는 데 있다. 단체를 내세운 기득권 방어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G20의 위상에 부응하는 것이 아닐까.

넷째, 공공조달 부문에서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견인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정부 청사관리를 외주로 처리하는 데 비해 우리는 용도계에서 직접(In-house) 관리한다. 민간기업도 건물관리 등 기업서비스 업무는 자회사나 친인척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아는 처지에 경쟁입찰은 어렵게 된다. 수요 독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청사관리 등을 민간에 위탁하면 기술개발이 촉진되고 민간 부문의 서비스시장도 육성된다. 미국 재무부는 청사 에너지절감 비용의 75%를 민간 관리기업에 실적급으로 준다고 들었다. 공공 부문이 기업서비스 분야의 경쟁조달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나라장터의 수출을 통해 공공조달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미 베트남과 코스타리카에 수출했고 내년에는 몽골에도 진출한다. 전자조달시스템은 상품보다 투명성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남미 지역에서 민주화가 촉진됨에 따라 전자조달 수요가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해외시장에 저렴하게 깔아놓은 ‘한국형 전자조달시스템 레일’ 위를 우리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고급 소프트웨어가 거침없이 달리기를 기대한다. IBM이 국내에 처음 상륙했을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제 국제질서를 움직이는 1부 리그에 합류한 만큼 ‘G20 이후’의 국격에 맞게 과거 2부 리그 때의 그릇된 행태를 벗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 조달업체 모두 공공조달시장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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