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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하여/손인옥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26 18:34

수정 2010.12.26 18:34

지난 12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한 사회를 뒷받침하는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주제로 2011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공정위의 역할은 기업과 기업 간 관계에서 진입과 경쟁이 자유로운 열린 시장을 조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동반성장을 위한 공정한 협력관계를 확립하며 기업과 소비자 간에는 소비자의 역할을 확대하고 그 권익을 증진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공정위는 내년에 이 같은 정책을 구체화함으로써 경제위기 후 회복세에 있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숙한 시장경제시스템을 갖추고 경제성장의 온기가 경제적 약자에까지 골고루 미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방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소기업 간 거래의 공정화다. 최근 우리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대·중소기업 간 거래질서 개선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여건을 높여주는 것이 절실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구도가 개별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어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관계로 이뤄진 기업 네트워크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에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통한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지난 9월 29일 마련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함으로써 대·중소기업이 상생을 넘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우선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납품단가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 조정협의를 신청할 수 있는 요건과 절차를 법령에 구체화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계약금액이 3% 인상되거나 원재료 가격이 15% 이상 상승하는 경우 조합이 원가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매출액 차이가 크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1차-2차-3차 협력사 간 거래에도 하도급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빼앗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입증책임의 전환, 법원의 손해액 인정제도 등 법적 장치도 마련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중소기업이 부당하게 겪어왔던 어려움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건강한 기업생태계의 초석을 제공하리라고 본다.

한편 법 위반 재발방지를 위해 위반사업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할 계획이다.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사업자에 대해서 고발을 확대하고 그 명단을 공표함으로써 법위반 억제를 유도할 것이다. 또한, 법 위반 후 자진 시정했더라도 반복적으로 법 위반을 하는 경우에는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법을 위반한 뒤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자진 시정하는 행태를 반복하는 기업들의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하도급 거래가 많고 파급효과가 큰 업종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도 실시하여 부당단가인하, 기술탈취, 구두발주 등을 집중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대기업의 지식재산권 남용행위, 오픈마켓 시장과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중소기업에 판매망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도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그리고, 유통업계의 불공정관행 개선을 위해 상품의 반품 등 금지행위를 할 경우 정당성의 입증책임을 대형 유통업체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가칭)유통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할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질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잘 정비된 법과 제도 그리고 법 위반자에 대한 엄중한 법집행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법을 스스로 준수하고자 하는 가치관과 의식을 갖춘 법 준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동반성장 협약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동반성장추진 협의체'를 운영하여 대기업의 협력업체 지원 우수사례를 발굴하여 확산함으로써 동반성장협약이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2011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열린 마음으로 배려와 경쟁의 긍정적 효과를 공유하기 위해 자율적인 법 준수 문화의 형성에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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