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도 ‘속터지는 무선인터넷’

#.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그동안 집에서 불편 없이 사용하던 무선랜(Wi-Fi)이 최근 며칠 새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고 끊기는 바람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푸념했다. 참다 못한 이씨가 이동통신사 사후서비스(AS)센터에 불편을 호소했더니 "아파트에 무선랜 공유기가 급속히 늘어나 주파수 혼신이 생겼다"며 "수리기사가 직접 방문해 수리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근 무선랜 사용 확산과 함께 각 이동통신사의 잇따른 무선랜 공유기 및 접속장치(AP) 설치에 이어 일반 가정에서도 사설 공유기를 설치하는 등 '무선랜 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무선랜 사용자들의 불편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선랜 공용화 협의와 중재기구 신설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통신업체들이 집전화기에 무선랜 공유기를 장착, 무선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도심 주요 도로에서만 발생하던 무선랜 혼신 문제가 아파트 단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는 SK텔레콤, KT, LG U+ 등 이동통신사가 설치한 게 7만여개, 일반가정이나 기업·기관이 설치한 사설 접속장치가 500여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무선랜 접속장치 때문에 서울 시청 앞이나 강남 주요도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아예 무선랜에 접속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혼신이 심각했는데 이런 문제가 아파트 단지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무선랜은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활용해 사용자의 단말기를 연결하는데 공유기나 접속장치가 특정 지역에 밀집해 있으면 주파수끼리 혼신이 생겨 무선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고 아예 인터넷이 끊기는 등 불편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150Mbps까지 낼 수 있는 무선랜 속도가 최근 무선랜 공유기가 급증하는 아파트 단지에선 10Mbps에도 못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정 내 유선인터넷 속도가 100Mbps 정도인데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빠른 속도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무선랜이 오히려 '속 터지는 인터넷'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무선랜 품질 저하의 주요인은 난개발이다. 통신업체나 일반인들이 서로 무선랜을 공유하지 않고 저마다 공유기를 설치, 무선랜 사용자 전체의 불편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무선랜 장비를 공유해서 활용하면 무선랜 품질 저하도 방지하고 자원낭비도 막을 수 있는데 통신업체들이 서로 자기 회사 마케팅만 생각하면서 무선랜 장비를 저마다 설치하면서 전 국민이 무선랜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또 "앞으로 2∼3년간 무선랜 접속장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무선랜 공유대책을 논의하지 않으면 무선랜이 오히려 무선인터넷 사용 불편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에는 통신업체뿐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가정, 음식점 등에서 설치하는 사설 무선랜 접속장치도 급증하고 있어 사설 공유기도 공동활용 논의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나 공공기관 같은 무선랜 공용화 중재기구가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cafe9@fnnews.com이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