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맛집 프로’ 고발한 영화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당신이 보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요? 조작된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가 돈을 쫓는 집단임을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선 시청자들에게 선택지를 내미는 거죠. 이 모든 것은 조작된 현실입니다. 자, 여러분들은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MBC 시사교양국 PD 출신 김재환 감독(42)은 사비 5억원을 털어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를 제작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맛집 프로그램이 돈을 받고 처음부터 연출된 '광고형 맛집'을 소개한다는 걸 밝히기 위해 김 감독은 경기도 일산에 직접 식당을 차리고 곳곳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 카메라에 녹화된 화면을 통해 '트루맛쇼' 제작진은 브로커를 만나 방송 출연료 1000만원을 건네고 브로커가 제안한 신기한 음식을 만들어 SBS '생방송 투데이'에 내보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지난 2001년 MBC퇴사 후 외주제작사를 운영한 김 감독은 '브로커 또는 홍보대행사-외주제작사-지상파 본사'로 이어지는 커넥션을 목격했다. 900만∼1000만원의 맛집 프로그램 출연료, 파워블로거 포스팅 몇 회 등이 묶여 '세트 A', '세트 B'의 형식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2009년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 김 감독은 한 주 동안 지상파 TV에 나온 식당수를 세봤다. 지난해 3월 셋째 주에만 177개의 맛집이 방송에 소개됐다.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9229개다. "한국에 정말 이렇게 맛집이 많을까요? 게다가 왜 맛집 프로그램은 프랜차이즈 업체를 자주 소개할까요? 지금까진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문제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겠죠. 누구나 당연하게 믿었던 맛 정보 프로그램이 쇼에 불과했다는 진실을 처음 공개하는 겁니다."

대신 김 감독은 고발하는 방식을 유쾌하게 꾸미고자 했다. 영화 '트루먼쇼'의 형식을 가져오고 제목을 따 온 것도 그 때문이다. '트루맛쇼' 제작진은 일산에 직접 식당을 차린 것 외에 맛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여러 번 직접 참여해 PD의 연기 지도를 받으며 가짜 손님으로 분한다.이 모습은 KBS 'VJ 특공대', MBC '찾아라 맛있는 TV' 등을 통해 진짜로 방송된다. 리얼리티에 대한 조롱이다.


지난달 25일 MBC가 낸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고 나서인 지난 2일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트루맛쇼'는 12일까지 전국 25개 상영관(같은 기간 박스오피스 1위인 '쿵푸팬더2'는 1154개)밖에 확보하지 못했지만 반향이 제법 크다. 방송국과 맛집을 이어주던 10명 남짓의 전문 브로커와 10여개의 홍보대행사는 잠적했고 SBS '생방송 투데이'의 맛집 코너는 폐지됐고 MBC의 '생방송 오늘 아침'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 폐지 등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돼야 이 영화의 제작 의미가 더 커질 겁니다. 또 그렇게 돼야 하고요."

/gogosing@fnnews.com 박소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