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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임원은 임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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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지의 전자계열 대기업 임원이었던 김모씨(53)는 임원이 된 지 1년 만인 올해 초 퇴임했다. 입사동기 가운데서도 승진서열상 선두그룹이었던 그는 "차라리 부장 직함에 머물렀다면 정년까지 다닐 수 있었을 텐데 상무로 승진하는 바람에 조기 퇴사하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 공공연히 회자되는 '인사적체 해소용' 임원 승진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는 사례다.



14일 재계 및 복수의 인사 전문가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국내 각 대기업에서 1∼2년짜리 '단명 임원'은 전체 임원의 3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앞서 김모씨의 경우처럼 정년을 수년 남긴 부장급 직원을 '상무'나 '상무보' '이사' 등 초급임원으로 발령 내고 1∼2년 뒤에 계약만료를 이유로 퇴사시키는 방법이 일종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직장인의 꽃'이라는 동경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임시직원'이라는 자조 섞인 이름으로 불리는 '임원'이 사실상 합법적인 '인적 물갈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

실제 인사 및 조직문화 컨설팅 전문업체인 ㈜아인스파트너가 조사, 분석한 '국내 100대 기업 퇴직임원 현황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다.

조사 결과는 100대 기업(상장기업 중 2009년 매출액 순위, 12월 결산법인 기준) 중 재작년과 지난해 1·4분기 보고서에 명시된 등기 및 미등기 임원 전체(사외이사, 비상근, 고문 등은 제외)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임원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자리를 비워 준 임원들은 전체 퇴직 임원 중 17.35%(139명)에 달했다. 이는 기간별로 분류한 퇴직 임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퇴직한 임원들의 퇴직 당시 평균 연령은 54.7세였고, 최초로 임원 반열에 올랐던 때는 50.3세였다. 보통 일반 직장인들의 퇴직 연령이 55세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1년에서 5년 이상 일찍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또한 2년간 재직한 뒤 퇴임한 임원은 124명으로 조사 대상 전체 퇴직 임원의 15.48%인 것으로 나타나 두 번째로 높았다.


결국 1∼2년 활동한 경우를 모두 합하면 전체의 32.83%(263명)나 되는 임원이 사실상 조기 퇴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상무직에 입성한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마다 '올려놓고 흔들기'식의 임원 승진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총성 없는 전쟁터인 사내 경쟁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의 '변칙적 조기 퇴진'을 시인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도 "재임 기간이 보통 3년 정도지만 이보다 단명하는 임원이 많은 일부 대기업의 경우 승진을 두려워하는 현상도 다수 발견된다"며 "승진에서 누락됐거나 계약만료를 앞둔 임원들이 불면증,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도 흔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win5858@fnnews.com김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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