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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1년중 두달은 해외 의료봉사 임동권 제일안과의원 원장

허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01 18:00

수정 2014.11.06 09:27

'봉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미담이 넘쳐나는 시대다. 세상살이에 지쳐 자기 밥그릇밖에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이른바 '봉사 좀 한다'는 사람 사이에서는 웬만한 열성도 화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덤으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기 위해 일하고 살아간다고 할 정도로 우선순위가 뚜렷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경기도 파주에서 제일안과의원을 운영하는 임동권 원장(42·사진)은 1일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된 게 아니라 봉사하기 위해 의사가 됐다"고 말했다.

연중 두 달은 해외 의료봉사에 나설 정도로 상황을 가리지 않고 남을 돕는 그를 주위에서는 '병원 문 닫고 봉사하는 의사'라고 부른다.


국제보건의료재단의 일원으로 북한 주민에게 무료 백내장 수술을 해줄 때 그는 1주일에 한두 번씩 북한을 오가는 범상치 않은 의사였다.

남북관계 악화로 대북 의료봉사가 어려워질 즈음부터는 무료진료 차량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순회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랑 실은 건강천사' 의료봉사단으로 활동했다.

건보공단이 이동진료 차량을 처음 만들 때부터 2년 남짓 참여해 온 임 원장은 "매번 참석하지 못하지만 틈 나는 대로 건강천사 의료봉사에 참여하려 한다"며 "이제 건강보험공단의 진료차량을 이용하려면 일찌감치 예약해야 할 정도로 봉사자가 많아졌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외국인 노동자를 진료하고 한 해 여섯 번은 자비를 들여 해외 환자들을 치료하러 나선다. 60차에 이르는 해외봉사 기록에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등 의료취약 국가들 이름이 줄줄이 올라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 봉사자가 적은 아프리카도 그의 몫이다.

"돈 버는 것도 때가 있다"며 잦은 출타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그저 돈을 많이 벌고 백내장 수술을 한 명 더 해 주자는 게 아닙니다.
여건이 닿는 대로 봉사하고 설령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는 처지가 되더라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사의 길을 갈 수 있는 힘이자 정체성이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먼 훗날 이런 제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따라주었으면 해요."

그는 딸을 셋이나 둔 딸부잣집 가장이다. 얼마 전부터는 아이들과 봉사를 함께하기 시작했다.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고 달리듯 오히려 제가 성장해 온 것 같아요."

백내장을 치료한 환자가 암흑에서 안개로, 안개에서 빛으로 서서히 시야를 여는 것처럼, 새록새록 깊어지는 봉사의 환희를 그는 매일 맛보고 있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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