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스와프 700억달러로 확대 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19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합의는 전격적이었다.

한국과 일본이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고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로 상정된다는 사실은 금융권 안팎에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회담에서 합의안이 나올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금액도 금융권 안팎에서는 300억달러 규모로 전망했지만 700억달러로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본이 공세적으로 통화스와프 체결을 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입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로 확대

이날 양국 정상 간에 합의된 통화스와프는 달러로 환산하면 700억달러 규모다.

합의는 양국 정상이 했지만 시행은 협정 주체인 한국은행과 일본 재무성·일본은행 간에 서명을 완료해야 한다.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가 700억달러라는 의미는 양국이 상대방에게 700억달러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주었다고 보면 된다.

700억달러를 모두 달러로 인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일 정상 합의에 따르면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인출한다고 했을 때 일본에 700억달러 상당의 원화를 주고 일본으로부터 300억달러의 엔화와 미화 400억달러를 받을 수 있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7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규모는 현행 130억달러에 비해 570억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세부적으로 우리가 일본에게 원화를 주고 엔화를 받는 원·엔 통화스와프가 30억달러였는데 300억달러로 늘었다.

또 우리가 원화를 주고 일본으로부터 달러를 받는 달러-원·엔 스와프가 이번에 새롭게 300억달러 신설됐다.

일본이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는 위험성이 크지 않은 국가라는 점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엔화의 안전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로서는 사실상 700억달러를 확보한 셈이다.

이로써 올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3034억달러에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260억달러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사실상 4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된다.

■시장 안전판…대외불안 우려 축소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통화스와프 규모를 700억달러로 확대한 이유는 정상회담에서 나온 '멘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을 선제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통화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다 총리는 "금융시장 안정 확보가 양국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이 이른 시일 내에 도출되기 힘들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금융불안→실물경제 위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양국은 통화스와프를 선제적으로 하고 충분한 규모로 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합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통화스와프는 일본이 더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재정위기로 외환·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확대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해 소극적이었다.

반면 일본은 통화스와프가 시행되면 엔화를 해외로 내보낼 수 있는 효과가 있어 엔고 완화에 도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영향력 확대도 모색할 수 있어 적극적 행보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조기에 재개하기 위한 일종의 '선물'로 통화스와프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일 통화스와프 합의로 외화유동성 우려가 완화되면서 기업, 은행들의 외화조달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 국가신용등급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토대 또한 강화됐다.


신 차관은 "현재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해 우리나라를 연례방문 중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도 이번 통화스와프 확대가 국가신용등급에 도움이 되고 은행, 기업의 외화차입비용을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 물가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확대로 미국 등 선진국들과의 통화스와프 가능성도 나온다.

/mirror@fnnews.com김규성 전용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