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네빌 체임벌린이 옳았다/브래드포드 디롱 미 캘리포니아-버클리대 경제학교수

 네빌 체임벌린은 1930년대 말 당시 나치 독일에 유화정책을 펴 유럽을 2차대전의 수렁에 빠뜨렸던 영국 총리쯤으로 오늘날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그 치명적인 10년이 도래하기 전인 대공황이 발발한 직후 영국 경제는 당시 재무장관이던 체임벌린의 재정정책에 힘입어 이전 수준을 급속히 회복했다.

 이는 긴축을 통한 확장이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현 영국 총리 정권의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이라는 치어리더가 주도하는) 정책 접근과 비교된다. 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밋밋한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시 침체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만약 현 예측이 맞아 떨어진다면 1년도 채 안 돼 영국은 대공황 이후, 아니 아마도 영국 사상 최악의 캐머런-오스본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다.

 이는 참 대단한 일이다. 가디언지의 필립 인먼이 최근 지적했듯이 "금융위기로부터 회복한다는 영국의 계획은 2012년 완전한 회복세를 그 바탕에 깔고 있다. 소비심리, 기업투자, 일반 지출의 회복으로 영국 경제를 평균 이상의 성장률 추세로 끌어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 각료들은 우익 경제학자들이 시키는 대로 했고 공공부문의 지출과 투자는 민간부문의 지출과 투자를 '구축한다'는 이론을 따라 민간부문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행동했다. 그러나 인먼은 "재정긴축은 스페인에서 나타나듯 (민간부문의 투자와 지출을 구축하지 않아 경기를 살리기는커녕) 경기침체를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비빌 틈만 있으면 이를 따라하려고 안달이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긴축 확장 실패는 전 세계 옹호자들이 이를 되돌아보고 정책을 재산정하도록 만들었어야만 한다. 영국은 유연한 환율을 가진 개방도가 높은 경제이고 추가 통화완화 여지도 있다. 영국 금리를 보면 정치경제적 혼돈이 이어져 투자를 위축시킬 것임을 가리키는 척도인 채무불이행 프리미엄이나 위험도 결코 내재돼 있지 않다.

 일부에서는 1997~2010년 5월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노동당 정부가 GDP 대비 재정지출 장기 추세를 웃도는 재정지출을 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 이들의 정책은 2000년대 GDP 대비 부채를 줄이던 각국의 대응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문제는 과도한 지출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불충분한 조세정책에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난이 맞다면 10년물 명목 금리가 연간 2.1%에도 미치지 못했던 영국의 경우 이미 호황을 누리고 있어야만 마땅하다. 만약 정부 구매가 줄어도 민간 투자와 수출이 꿋꿋이 버티는, 따라서 이를 옹호하는 이들의 세계관을 확신시켜주는 확장적 긴축이 잘 통하는 곳이 있다면 오늘의 영국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의 영국의 상황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렇다면 확장적 긴축이 영국에서조차 작동하지 않는다면 덜 개방되고 환율을 수출 확대에 활용할 수 없으며 영국만큼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장기적인 신뢰를 얻지도 못하는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이것이 기능을 발휘하겠는가.

 영국 부총리이자 캐머런 정권의 연정 파트너 수장인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총재는 이제 이 같은 광대극을 끝내야만 한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자신의 정당은 여왕 폐하의 정부에 대해 어떤 신뢰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여왕이 에드 밀리번드 노동당 총재에게 새로 정부를 꾸릴 것을 요청하도록 아뢰야 한다.

 클레그가 이를 실천에 옮긴다면 그의 정치 경력은 아마도 끝장날 테고 그의 정당 역시 오랫 동안 지역구내 선거 전망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영국이 겪고 있는 (또 앞으로 겪게 될)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클레그의 정치 경력과 정당의 미래는 어떤 경우이건 오랫동안 불안정해질 것이다. 그러나 오도된 보수-자유 연정을 탈퇴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영국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전 세계 다른 곳의 정책담당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자신을 굶기는 것이 건강하지 않듯이 실업을 늘리는 것 역시 시장 신뢰를 얻는 공식은 아니라는 것을.

정리=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