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김종숙 장관님 화이팅!

한국명 김종숙. 올해 38세. 출생 직후 서울의 한 길거리에 버려져 6개월만에 프랑스에 입양됐던 젊은 한국계 여성 플뢰르 펠르랭이 프랑수아 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담당장관에 '발탁'됐다. 한국계 입양아가 그 나라 장관에 오른 첫 사례다. 가슴 뿌듯한 사례를 접하니 읽기에도 힘든 플뢰르 펠르랭보다 한국 이름 김종숙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펠르랭 장관의 발탁은 현지에서도 화제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스스로 쟁취했다고 보는 게 맞다. 양부모의 헌신적 양육도 있었지만 더 돋보이는 건 펠르랭의 노력이다. 또래보다 2년 앞서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해 명문 그랑제콜인 에섹(ESSEC·고등경영대학원)과 파리정치대학, 고위 관료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를 거치며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졸업 후 감사원에 근무하다 2002년 정계에 입문해 다양한 경력을 쌓았고 이번 대선에서 올랑드의 최측근으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생후 6개월만에 이 땅을 떠난 펠르랭에게 한국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 리 없다. 외모는 영락없는 우리 민족이지만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감정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펠르랭은 모국을 기억한다. 한국 이름도 간직하고 있다. 그가 맡은 중소기업과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은 프랑스라고 다르지도 않다. 초고속통신망 등 한국의 앞선 IT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프 양국의 활발한 교류·협력과 펠르랭 장관의 활약이 기대된다.

펠르랭 장관의 발탁이 눈길을 끄는 또다른 이유는 인종이나 종교보다 능력을 우선시하는 프랑스 사회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4·11 총선에서 필리핀계 국회의원 당선자 이자스민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한편에선 그녀에게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퍼붓는 몰상식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잦은 범죄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우려도 없지 않다. 다문화 사회로의 본격 진입을 앞두고 앓는 홍역으로 보기엔 정도가 심하다.

펠르랭을 보면 다문화에 대한 한국과 프랑스의 인식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임이 실감난다.
프랑스는 수백년의 다문화 역사를 거치며 고유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가꿔왔지만 우리는 그럴 틈이 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펠르랭, 아니 김종숙 장관이 자랑스러운만큼 우리의 마음 씀씀이도 넓어져야 한다.

ryu@fnnews.com 유규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