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기후변화와 농업정책/이성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28 16:44

수정 2012.11.28 16:44

[fn논단] 기후변화와 농업정책/이성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기후변화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다. 기후변화는 태양 복사의 변화와 같은 외력의 작용, 해류 및 지각 변동 등과 같은 지구 내부의 변화 그리고 인간의 활동 등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주장과 정점을 넘어선 과도한 인간 활동에 따른 필연이라는 대립각이 존재한다. 어떤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든 한반도의 기후변화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전 지구적인 변화보다 빠른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반도는 1970년 기준 지난 30년간 땅은 0.95도, 바다는 1.32도 더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섭씨 1.8도 상승했으나 2000년대 평균기온은 1970년대 대비 겨울철은 1.3도, 여름철은 0.2도 상승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 후인 2020년에는 최대 1.5도 상승한 13.8도, 2050년에는 최대 3.7도 오른 16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기후변화는 특정 산업에는 기회의 장을, 여타 산업에는 혹심한 시련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발표된 유럽과 미국의 주요 연구들은 기후변화가 특히 농업 및 수산업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식품산업들의 경우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농업은 기온 상승 및 잦은 기상 변화로 인해 작황 일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피해가 나타나게 되며 태풍 등의 자연재해 등도 농산물에 많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측된다. 수산업도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인한 적조 현상의 증대로 인해 수확량이 감소하게 되며 어류 종의 변화에 따라 수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식품 산업은 농산물 생산 감소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의 증가 부담이 커지며 이는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목제품을 중심으로 임산업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자재 가격의 상승이 발생하게 돼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필자와 농촌진흥청이 최근 공동으로 연구한 배와 포도 등 우리나라 6대 주요 작목의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생산지 변화는 이러한 예상과 부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현재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역별 특화작목의 급격한 변화를 수반하는 것으로 드러나 즉각적인 정부 대응이 긴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복숭아·포도·감귤 등과 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적지의 확대가 예상되는 품목의 경우 지자체의 경쟁과열로 인한 시장과열이 우려되는 품목이다. 이러한 품목들의 경우 지자체 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가격하락과 이에 따른 농어가 소득감소가 우려된다. 지난 10여년간 재배지 확대가 이뤄져 왔던 포도의 경우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재배적지의 감소가 예측되는 품목이다. 이러한 품목의 경우 대체 품목 육성을 위한 정부의 사전적 정책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정책대안의 빈곤에 대한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농업분야에 대한 이들의 무지와 무관심은 도를 넘고 있다.
부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이러한 시급성에 대한 인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다. 그래서 대선 이후 꾸려질 인수위원회에서라도 곧 닥칠 우리나라 농업환경변화에 대한 시급성을 인지시키길 기대한다.
농업분야의 비효율적 재정 투입에 따른 책임론이 더 이상 불거지지 않는 새로운 정부가 만들어지도록 국민의 올바른 선택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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