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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베노믹스 기대와 불만/고미 요지 도쿄통신원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25 17:36

수정 2013.01.25 17:36

[월드리포트] 아베노믹스 기대와 불만/고미 요지 도쿄통신원

일본에서는 지금 주식매매에 관한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아베 신조 총리가 새로운 경제개혁을 진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경제정책에 힘입어 1월에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당 89엔대까지 엔화가 하락한 후 현재는 88엔대에 머물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 엔화 약세가 진행된다면 달러당 100엔까지도 갈 수 있는 분위기다.

엔저로 수출 산업 관련 주식이 재평가되고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인기 있는 기업은 도요타 자동차와 소니, 파나소닉이다. TV의 판매부진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하며 주식이 하락했던 가전회사 샤프의 주식도 인기가 상승해 한때 가격이 3배까지 올랐다.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 총리의 대담한 경제정책에 있다. 금융완화와 유연한 재정정책 및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성장 전략이 핵심이다.

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한 기대로 어디까지 엔저가 이어지며 주가가 오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도로 및 다리 건설과 같은 공공사업과 기업 지원에 중점을 두는 20조엔 규모의 긴급경제대책을 결정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긴급경제대책에 필요한 재원은 건설 국채 5조엔으로 조성됐다.

이에 대해 예상만큼의 효과가 나온다는 의견과 경기는 그다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공공사업에 대한 의존은 자민당의 전통적인 경기대책이며 낡은 수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칼럼니스트로도 널리 알려진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11일자 뉴욕타임스에서 아베 총리가 발표한 경제정책에 대해 "결과적으로 완전히 옳다"고 평가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불황 탈출을 위해서는 대담한 재정 및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이 내세운 긴급경제대책이나 일본은행에 대한 강경한 금융완화 요구에 대해 "재정지출과 금융완화는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정통파의 이론으로 다른 어느 선진국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우려 또한 내비쳤다. 아베노믹스의 효과에 대해서 "아베 총리는 포퓰리즘에 빠져 경제정책에 관심이 적으며 심도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의 급속한 하락과 일본 주식의 상승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도 연일 높은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지만 엔저의 지속성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2일자 칼럼에서 "과거 20년간 일본 기업의 주식에 대한 실망이 이어져왔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를지는 의문이다. 과거와 달리 일본이 세계 시장에 팔 수 있는 물건이 부족한 현시점에서의 엔화 약세는 특효약이 아니다"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일본이 산업 구조개혁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농어촌을 지지기반으로 한 자민당 내에서는 TPP 참가에 대한 강한 반대가 있다.

아베 총리는 "국익의 입장에서 판단한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아직 최종적인 견해는 결정하지 않고 있다.
오는 2월 있을 예정인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참가 의사를 표명할 수 있을지 확실치가 않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 값은 하락했고 원화 값은 상승했다.
일본의 수출 기업이 부활한다면 한국의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gomi4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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