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증권산업의 환경변화/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29 16:51

수정 2013.01.29 16:51

[특별기고] 증권산업의 환경변화/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에 유례없이 어려운 한 해였던 2012년을 뒤로하고 2013년이 됐다. 주식시장 거래가 침체됨에 따라 위탁매매 부문이 큰 타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유통시장의 침체는 발행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공개(IPO)실적이 최근 수년 중 최저를 기록하는 등 투자은행(IB) 부문 역시 어려움을 면치 못했다.

특히 위탁매매 부문의 부진은 아직까지 이 부문을 가장 중요한 영업수익원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증권업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그 충격이 크다. "지점의 90%는 적자일 것…"이라는 업계 인사의 한숨 섞인 토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잘 나타내 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답답한 상황이 시원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탁매매수수료는 거래대금에 수수료율(%)을 곱해 결정된다.
지난 10여년의 기간에 걸친 치열한 경쟁, 온라인 거래의 성장 등으로 인해 수수료율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즉, 같은 수준의 거래대금이 발생하더라도 증권회사가 가져가는 몫은 3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래대금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 거래대금은 거래회전율이 높아지거나, 비슷한 거래회전율 수준이라면 시장의 크기, 즉 시가총액이 증가하면 커진다. 그런데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거래회전율은 꾸준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씩이나마 투자문화가 선진화되면서 투자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 또 기관투자가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선 지점에서 과당매매 권유와 같은 잘못된 관행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 등이 거래회전율의 하락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거래대금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의 크기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첫번째로 주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주식 공급을 늘린다는 것은 투자 매력이 있는 새로운 기업들을 발굴해 시장에 상장시키고 또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주식을 발행해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기업들을 찾아내어 그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에 상장시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은 바로 IB 부문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IB 부문의 이러한 기능은 주식 공급의 확대뿐 아니라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두번째로 공급의 확대에 부응하는 투자 수요의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고령화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자본시장 투자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전망은 일단 긍정적이다. 증권회사가 해야 할 일은 이 '잠재적' 투자수요를 시장으로 끌어들여 '실질적' 수요로 만드는 것이며 이것은 자산관리 부문이 해야 할 일이 된다.

과거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위탁매매 부문이 캐시카우이기 때문에 일단 여기에 주력하고 여기에서 창출되는 이익으로 여력이 생기면 IB 부문을 지원하여 키우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주장이었지만 이제는 환경이 달라졌다.
위탁매매 부문이 살기 위해서 IB와 자산관리 부문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즉 이 세 부문 간의 상호 의존성이 훨씬 강해진 것이다. 더욱이 살펴본 바와 같이 IB와 자산관리 모두 우리나라의 산업과 가계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서비스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증권산업이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제가 필요로 하는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면서 도약하느냐의 여부는 전술한 환경 변화에 증권업계가 얼마나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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