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통상조직의 전문성 강화법/송유철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30 17:35

수정 2013.01.30 17:35

[특별기고] 통상조직의 전문성 강화법/송유철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며 가장 많은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통상 교섭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해 지식경제부를 산업통상자원부로 변경한다"라는 발표였다. 통상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새 정부가 통상업무의 전문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전문성 강화가 통상교섭 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으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공약 어디에서도 통상조직의 개편안에 대해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개편안이 과연 많은 고민과 논의 그리고 의견수렴을 통해 나온 것인지, 아니면 지식경제부 소관 기능의 일부 축소에 따른 단순한 보상 차원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의 통상은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 과거 통상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농업·투자·금융·법률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담당 부처는 국내 업계의 이해와 직결되는 부처다. 따라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적 이해와 국가 차원의 전략적 틀에서 다루어야 할 가치가 충돌하는 통상의 문제가 발생할 때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주요 통상 이슈로 부각될 쌀 관세화 협상, 쇠고기 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개정 등은 지식경제부와 무관한 업무다. 또한 한·미 FTA 협상 시 주요 통상현안이었던 의약품(보건복지부), 농수산물(농림수산식품부), 자동차 안전·환경기준(국토교통부·환경부), 스크린 쿼터(문화체육관광부), 쇠고기 개방(농식품부) 등도 모두 지식경제부와 무관한 업무였다. 과연 신설된다고 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들 다양한 부처의 원만한 조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지난 15년 동안 외교통상부는 통상의 전문성을 확보해 왔으며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 이의 조정을 통해 전체적인 국익의 제고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지켜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외교통상부에 통상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혹자는 통상담당 외교 공무원 인원과 조직 전체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전직은 쉬운 문제가 아니고 결국은 개인의 선택에 맡기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육성한 전문성을 확보한 우수한 통상전문가가 사장되게 될 것이고 이는 업무의 연속성에도 많은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협회, KOTRA 등과의 협업을 통해 국익에 우선한 통상을 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160개가 넘는 해외공관을 유지하고 있고, 전체 국익의 틀 내에서 모든 산업에 균형 있는 통상외교를 전개해 나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통상의 전문성 강화는 조직의 이관만으로 이룰 수 없는 문제다. 최고책임자의 관심과 지속적인 업무 수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축적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 7위권의 무역국가이며 15위권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국가다. 정부조직의 개편이 치열한 논의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몇몇 사람의 의견에 따라 좌우되는 후진국의 경우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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