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나로호 성공, 들뜰 때 아니다/윤휘종 지식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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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성공했다. 2002년부터 11년 동안 지난한 시도 끝에 나로호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선물하듯 화려한 불꽃을 뿜어냈다. 대한민국에 드디어 우주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나로호 발사 성공은 냉정하게 말하면 '기적'이다. 나로호 개발예산 5205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2165억원은 러시아에 떼줬다. 우리나라의 발사체 개발인력은 200명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4만5000명과 비교하면 5%도 안 된다. 로켓발사의 핵심인 1단 로켓을 러시아에 의존했으니 정말로 우리가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으니 실제 업무를 담당했던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사회 분위기는 이공계를 홀대하고, 예산은 갈수록 줄었다. 러시아 과학자들과는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킨 걸 보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 앞으로 항공우주 분야, 1단 로켓발사의 핵심인 액체로켓엔진 등의 원천기술·기초기술 개발투자에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느냐가 중요하다. 항공우주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고 고난도 기술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방송, 통신, 기상, 운송, 방위산업 등 다른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국가 핵심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다. 나로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공우주산업만 보더라도 이런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은 지난 2010년 24억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29억달러로 5억달러가 증가했다. 수출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2010년에는 수출 비중이 41.2%였으나 2012년에는 51.9%로 늘었다.

그러나 정부의 항공우주 분야 정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유로컨설트 등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우주개발에 대한 정부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이런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세계 우주개발 예산은 2006년 540억달러에서 2011년 703억달러로 증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2006년 3억3000만달러였던 정부예산이 2011년에는 2억1000만달러로 줄었다. 나로호 발사가 연거푸 실패하자 징벌적 성격으로 국회가 예산을 줄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제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으니 온 나라가 항공우주산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국회에서는 예산증액을 해주겠다고 선심을 베풀 것이다. 조만간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앞세워 기초기술, 원천기술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기초기술, 원천기술은 하루아침에 성과물을 얻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구원들이, 이공계 출신들이 차분하게 자기 분야의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이런 환경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에 고민해야 할 때다. 5년 후 정권이 교체돼 미래창조과학부가 없어지더라도 연구환경이 바뀌지 않도록 기금을 조성하고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이공계를 홀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우주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yhj@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