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금융감독 개편 균형이 중요/서상원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03 17:57

수정 2013.02.03 17:57

[특별기고] 금융감독 개편 균형이 중요/서상원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

인수위가 공식 출범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가고 새로운 정부의 윤곽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정부조직 개편 못지않게 중요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아직 방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로드맵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우리나라는 특히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이러한 목소리가 더욱 부각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이를 반영하는 방향이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필자도 이를 반대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는 한 번쯤 경계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을 자동차에 빗댄다면 건전성 감독은 탑승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금융소비자 보호는 안락한 승차감을 주는 편의장치로, 마지막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은 탑승자를 신속하게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주행장치로 비유하고 싶다.
말하자면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그리고 금융산업 발전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시속 100㎞로 달리는 경운기나 인력으로 끄는 리무진 같아서 타려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금융 자동차의 주행장치는 어떤 수준인지 생각해 보자. 다보스 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전체 순위는 세계 19위인 반면 금융시장 순위는 아직 71위에 불과해 다른 분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별 금융회사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뱅커스지의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70위권에 겨우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수준으로 세계 10위권을 넘보고 있는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한참 격이 맞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동차의 안락함만이 탑승자가 바라는 것이고 주행성능이나 안전장치의 개선은 이에 방해되는 것으로 여겨 뒷전으로 미루어버리는 식이 될까 우려스럽다. 아직은 금융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도 힘을 쏟으면서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빠르면서도 안락한 자동차로 만들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다시 말해 건전성 감독이나 금융산업 발전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대립되는 것들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금융소비자 보호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들일 뿐이며 따라서 금융감독 역시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일 감독기구가 종합적인 관점에 입각해 제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각에서 거론하는 것처럼 기존 금융감독기구에서 소비자보호기구를 분리해 설치하자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좁게 해석해 건전성 감독이나 금융산업 발전과 대립되는 것으로만 여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게 분리된 기구들은 자신의 분야 이외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임무에 필요한 규제에 매몰돼 규제 일변도로 나가게 될 것이며 조화보다는 대립과 갈등만 키워 금융산업의 자생력과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더러 최종적으로는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바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현재의 사명임은 분명하지만 금융감독체계는 개편 시점의 사회적 이슈만을 반영해서는 안 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설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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