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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구글·페북, 그리고 빅 브러더/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06 17:01

수정 2013.02.06 17:01

[fn논단] 구글·페북, 그리고 빅 브러더/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영국엔 블레어라는 성을 가진 유명한 사람이 두 명이 있다. 하나는 1997년부터 10년간 총리를 지낸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다. 18년 보수당의 아성을 빼앗아 세 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그는 '화면발 잘 받는 얼굴에 화려한 언변'으로 영국 정치인 가운데 이름을 날렸다. 또 한 명은 토니보다 더 위대하지만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에릭 블레어다.

에릭 블레어는 '1984년'이라는 책에서 독재자 '빅 브러더'가 시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는 전체주의 사회를 섬뜩하게 묘사했다. 또 '동물농장'에선 혁명을 일으킨 지도자들이 점차 독재자로 변하는 모습을 동물에 빗대어 촌철살인식으로 표현했다.
필자는 요즘 부쩍 에릭 블레어의 비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디지털 사회가 바로 그가 묘사한 '1984년'과 흡사하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선두주자인 페이스북이 '그래프 서치'라는 검색 도구를 선보였다. 페북 이용자들의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여 검색 결과에 선호도(브랜드나 책·음악 등 모든 정보)를 반영해 보여준다. 검색 엔진의 거인 구글은 검색어를 중심으로 많이 검색된 내용을 주로 보여주고 있는데 페북의 검색은 이와 차별성이 있다. 이제 페북 이용자가 10억 명을 넘어 세계인 7명 가운데 1명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용자들은 과연 페북이 자신의 무슨 정보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걸까.

필자는 구글에 가입할 때 분명히 약관을 읽고 동의했지만 몇 페이지의 약관을 꼼꼼하게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 e메일을 열어 볼 때마다 옆에 국내외 광고가 뜬다. 약관에 동의했기 때문에 내가 받거나 보낸 e메일을 구글이 검색해 광고 영업을 하고 있다. 페북 이용자들도 상품이나 식당, 책 등에 대해 호불호를 지정해 놓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볼 때 활용 가치가 매우 높은 정보의 보고일 게다.

그런데 세상을 떠난 사람의 생일을 페북에서 지인들에게 알려주거나 망자가 생전에 보낸 알림을 다시 보내주기도 한다. 이럴 때 지인들은 대부분 매우 당황한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유럽의 일부 국가에선 가입자들이 페북이나 구글 등에 잊혀질 권리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초스피드로 변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사회적 규범은 기술 발전 속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정책당국이 나서서 기업들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즉 디지털 시민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구글이나 페북이 무슨 정보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주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경험한다. 이때마다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민 기본권 보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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