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덕담은 실천의 첫걸음이다/김승중 증권부장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12 16:52

수정 2013.02.12 16:52

[데스크칼럼] 덕담은 실천의 첫걸음이다/김승중 증권부장

#. "그 처녀성, 그 순수성, 그 정결성―그 엄숙하고 숙연한 실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 설날 새벽이다."

시인 박목월 선생은 "정원 초하룻날은 한 해가 비롯되는 우리들의 생활의 시작이요, 그 출발점이다. 우리는 새로운 생활의 설계와 사업에 대한 구상과 그것이 실천으로 옮아가는 제일보를 내딛게 되는 순간이다"라며 설날을 이렇게 노래했다.

그래서 해가 바뀌어 시간인식주기에 익숙지 못한 날이라는 점에서 설은 '삼가다'의 옛말인 '섧다' '낯설다' 등의 '설'의 어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조상을 기리고, 친지나 이웃끼리 모여 덕담(德談)을 나누고 희망을 얘기하면서 새해를 맞으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설날은 한 해의 계획을 실천하는 첫날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 조선 말기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설날부터 3일 동안 시내는 남녀들이 왕래하느라 떠들썩하다.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서로 좋은 일을 축하하고 소원성취를 빌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덕담을 서로 서로 주고받은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희망과 힘, 격려와 기대감을 주는 덕담은 "말에 영적인 힘이 있어 말한 대로 될 것이라는 언령(言靈) 관념에 의해 시작됐다"는 설(說)이 있다.

흔히 말은 마음의 소리, 정신의 얼굴이라고 한다. 사람을 살리고 격려하는 따뜻하고 복된 말들이 설날뿐 아니라 일상의 말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금 실천의 첫걸음인 덕담이 가장 필요한 곳은 자본시장이다. 급격히 줄어든 증시거래대금은 새해에도 여전하다. 증권사 및 운용사들의 수익도 감소하고 있다. 토종 증권사.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등 총 240개사 가운데 40%가 자본잠식 상태다. 우리나라 금융업이 얼마나 척박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죽어가는 국내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시장도 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금융투자사 205개사를 대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의견'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0.0%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희망했다. 대형투자은행(IB) 육성, 대체거래소(ATS) 도입,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도입 등이 골자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정체된 금융투자사들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18일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을 방문해 "5년 내 코스피 3000시대를 꼭 열겠다.
두고봐 달라"며 다가오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극복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대해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도약하려면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법 개정을 포함해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설 연휴 첫날 박 당선인의 자본시장에 대한 공약을 떠올리면서 덕담이 지닌 실천의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se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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