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호갱님과 폰테크족/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

현형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21 18:07

수정 2013.02.21 18:07

[특별기고] 호갱님과 폰테크족/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

친지나 지인들이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습관처럼 구매가격을 물어보게 된다. 할부 원금은 얼마인지, 약정 기간은 몇 개월로 했는지, 요금제는 무엇으로 선택했는지. 시장 정보에 밝은 20~30대는 비교적 자신의 구매조건을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중장년층은 대답을 얼버무리기 일쑤다. 이어 고가에 스마트폰을 구매한 이들에게 "이런, 비싸게 구입하셨네요. 저는 ○○서 싸게 샀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그들의 얼굴은 일그러진다. 자신이 소위 '호갱님' 취급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호갱님'이란 휴대폰 구입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판매자의 말만 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어수룩해서 속이기 좋은 고객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판매점의 알쏭달쏭한 설명으로 호갱님 취급을 당한 소비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스마트폰 구매 요령 등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호갱 닷컴' '호갱 프로텍터' 등의 사이트가 인기라고 한다.


호갱님의 대척점에는 '폰테크족'이 있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과열 경쟁을 틈타 휴대폰을 싸게 구매한 후 2~3개월이 지나면 중고폰으로 팔아 이득을 챙기는 이들이다. 단말기 보조금이 소비자의 이동전화 서비스 진입비용을 낮추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동일 기종 스마트폰을 동일한 시기에 구매했지만 어떤 소비자는 할부원금 80만원의 호갱님이 되고 어떤 소비자는 17만원에 단말기를 구매하는 폰테크족이 된다.

이통사 보조금의 재원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한 통신요금이기 때문에 보조금 혜택의 차별과 편중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휴대폰을 오래 이용하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휴대폰을 자주 교체하는 소비자를 보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과열 경쟁은 소비자 간 차별뿐만 아니라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먼저 이동전화 시장에서 경쟁의 질적 수준 하락이다. 이동전화 보급률이 100%를 넘으면서 이통사들은 가입자 뺏기에 몰두하고 있다. 가입자 증가가 미미한 시장 현실에서 연간 6조원가량을 마케팅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6조원은 이통 3사의 연간 투자비에 육박하는 금액이자 반값등록금을 전면 시행할 수 있는 금액이며 5000만 가입자에게 1년에 12만원씩 통신요금을 깎아줄 수 있는 돈이다.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에만 치중하면서 정작 이동전화 서비스의 본질적 경쟁요소인 품질이나 서비스, 혁신적 요금제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보조금 경쟁 과열은 역설적으로 단말기 가격 경쟁 회피수단과 단말기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말기 구입 부담을 낮춰 이동전화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 보조금이 적정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지급되면서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 경쟁 회피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현재 제조사들이 이통사들의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 속에서 100만원을 넘나드는 고가 스마트폰 위주로 단말기를 공급하고 동일 기종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가격을 해외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소비자단체의 조사 결과가 단적인 예다.

이렇듯 보조금 경쟁 과열에 따라 소비자 관점에서 다양한 폐단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의 규제체계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더 이상 소비자가 차별받지 않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이 신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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