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방대 출신 35%나 뽑는 이유

기업 ‘스펙’ 대신 ‘스토리’ 본다

"삼성이 지방대 출신을 35%나 뽑는 이유가 궁금해서 인사 담당자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유는 이랬어요. 삼성이 스카이(SKY: 서울대·연대·고대) 출신들을 뽑은 후 수년간 이들을 추적조사했더니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스펙이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겁니다."(이범 교육평론가)

기업들의 인재채용 방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 20년간 스펙 위주의 채용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근성과 자기개성, 그리고 '끼'를 중시하는 인재채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 어찌 보면 마케팅전략처럼 보이는 파격 채용 방식은 기업들의 인재 선택 방식이 '스마트'해지고 있다는 증표로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이 면접 서류에 사진란까지 없애는 등 채용의 틀을 깬 데 이어 SK그룹 역시 이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바이킹(Viking)형 인재 채용'을 진행키로 했다.

■'스토리'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바이킹형 인재란 스펙보다는 개개인의 독특한 이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를 지칭하는 말이다. SK는 지원서류에 학력 등의 스펙을 없애고 홈페이지(www.skviking.com)를 통해 독창적인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서류를 받는다. 여기서 강한 인상을 준 인재는 전국 6개 거점에서 10여분간의 개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결선 과정에 진출하고 2~3일간 합숙을 통해 진행된 다양한 미션을 통해 우수한 사람을 걸러내게 된다. 또 한 번의 관문이 남아있다. 선발된 사람들은 7월부터 2개월간 인턴코스를 밟고 여기서 우수 평가를 받은 사람들만이 나비 모양의 SK로고가 새겨진 명함을 팔 수 있다. 지원자는 11일부터 22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접수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50여명 정도를 뽑았지만 SK측은 우수한 사람이 많을 경우 인원을 늘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능력도 있고 열정도 있고 근성도 있지만 좋은 스펙을 제때 쌓지 못해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다는 데 초점을 맞춰 바이킹형 인재 채용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작년에 이렇게 뽑은 인재 50여명은 주로 글로벌 신사업이나 신성장동력과 관계된 계열사 쪽으로 전진배치했다"고 말했다.

■사진 없애고 맞춤형 지원서까지

기업들은 다양한 시험을 거쳐 올해에도 파격적인 채용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대기업 브랜드 1위인 삼성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공채의 3분의 1이 지방대 출신이었다. 3급 신입공채 합격자 4500명 중 36%에 해당하는 1600명이 지방대 출신으로 채워진 것. 지방대 출신 채용 비중이 전년도보다 10%가량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삼성은 고졸 채용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처음으로 고졸 공개채용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올해도 고졸 공채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만큼 지난해 뽑은 고졸 출신들 중에 인재가 많았다는 내부 평가다.

삼성은 올해 고졸 공채를 지난해 700여명보다 조금 늘어난 인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대졸채용 이후인 4월 중에 채용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그룹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대졸 신입사원 원서 접수를 진행한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올해 채용에서 서류에 사진을 없애고 5분간 온라인 화상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채용의 틀을 깼고, 한화그룹은 아예 인성검사와 적성검사까지 없앴다.

롯데그룹은 상반기 대졸 채용에서 '서약서'를 도입한다. 신동빈 롯데회장의 이름이 명기된 이 서약서는 선발 과정 중 청탁 사실이 발견될 경우 지원자를 탈락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입사 지원을 할 때 먼저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효성그룹은 2년 전부터는 1인당 20분 정도 주제를 던져주고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 1998년부터 수험표와 이름을 제외한 학력.출신 지역.전공 등의 정보를 배제한 '블라인드 면접'을 보고 있다.


코오롱은 창의, 도전정신 등 네 가지 인재 유형을 카테고리로 나누고 지원자들이 자신에게 강점이 있는 카테고리를 골라 1개 카테고리의 유형으로만 서류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모든 방면에 우수한 사람보다는 한 가지 분야에 특출난 인재를 뽑겠다는 전략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과거에 모든 분야에 자신의 강점을 적도록 해 신입 지원자들의 부담이 컸는데 이렇게 바꾸고 나서 훨씬 더 다양한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이병철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