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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통신업계의 치킨게임이 걱정된다

윤휘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30 15:26

수정 2013.04.30 15:26

[이구순의 느린걸음]통신업계의 치킨게임이 걱정된다

이동통신 회사들의 공짜 음성통화 요금 경쟁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SK텔레콤이 자기회사 가입자들끼리 음성통화는 공짜로 쓸 수 있는 '망내 무료통화'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KT가 비슷한 모양새로 요금제를 내놨다. 이후 LG U +가 다른 회사 가입자에게도 공짜로 음성전화를 걸 수 있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더니, KT가 요금제를 업그레이드해 유선전화와 이동전화 모두 공짜로 음성통화를 쓸 수 있는 요금을 내놨다. 결국 SK텔레콤도 결국 30일부터 유·무선 공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요금을 수정해 경쟁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저기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이 공짜 음성통화 요금 경쟁에 대한 걱정을 내놓고 있다. 공멸의 길을 가는 것이라는 강한 비난도 쏟아진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본다.

통신 회사들이 공짜 음성통화 요금 경쟁을 벌이면 소비자는 싼 값에 이동전화를 쓸 수 있는데 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동통신 회사를 비판하고 있는 것일까? 이동통신 회사들은 기업이다. 자선단체가 아니다. 기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업들이 공짜로 퍼주는 경쟁을 한다. 결국 기업은 공짜가 아닌 다른 상품에서 돈을 벌어야 생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동통신 3사가 공짜 음성통화 요금으로 경쟁을 벌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상품은 무엇일까? 치열하게 공짜 음성통화 경쟁을 벌이면 경쟁회사를 이기고 승리할 수 있는 이동통신회사는 누구일까?

애초 처음 망내 무료 음성통화 요금제가 선보였을 때까지는 가능성이 보였다. 이미 세계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은 3~4년 전부터 음성통화 매출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니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무선인터넷 매출 비중을 높이고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또 음성통화 매출을 '조금' 줄여 휴대폰 보조금 경쟁을 줄일 수 있는 덤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경쟁이 엇나가버렸다. 무선인터넷에서 새 수익모델을 착기도 전에 경쟁회사들이 공격적으로 경쟁 레이스에 나서버린 것이다. 미처 손해를 계산하고 대비할 틈도 없이 경쟁이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동통신 회사들의 공짜 음성통화 요금 경쟁은 그야말로 '치킨게임'을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당사자 누구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이 치킨게임이다. 결국 치킨게임에 참여한 사람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결국 치킨게임은 '너 죽고 나 죽자'는 게임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동통신 회사들의 공짜 음성통화 요금 경쟁의 희생양은 이제 막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알뜰폰(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들이 됐다. SK텔레콤, KT, LG U + 같은 기존 이동통신 회사들보다 요금이 싸다는 것을 내세워 시장에 진입한 알뜰폰 사업자들은 공짜 음성통화 경쟁 때문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결국 알뜰폰 사업자들도 공짜 음성통화 경쟁에 동참하겠다고 나서면서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장 사업을 시작해 매출 한 푼 못 올려본 알뜰폰 사업자들이 공짜전쟁부터 하게 생겼으니 속앓이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통신산업은 이런 구조 때문에 정부가 대형 통신회사의 요금변경을 주시하고 통제하는 특성이 있다. 대형 사업자가 무작정 싼 요금 경쟁을 벌여 작은 사업자를 경쟁에서 탈락시키고는 다시 시장을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통신산업을 주시하는 당국의 존재이유고 의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통신당국은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통신정책 목표가 온통 통신요금 인하에만 집중돼 있다보니 시장의 경쟁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조차 망각한 것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가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해 주는 이유는 경쟁의 생태계 속에서 서로 성장하라는 것이다. 치킨게임을 벌여 공멸하는 환경을 막기 위해 규제가 존재한다.
치킨게임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 국민의 몫이다. 시간문제다.


정부도 기업도 더 이상 걱정스러운 치킨게임을 이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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