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윤창중과 남양유업/이두영 건설부동산부장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4 16:55

수정 2013.05.14 16:55

[데스크칼럼] 윤창중과 남양유업/이두영 건설부동산부장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남양유업이 대한민국을 흔들어놓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순식간에 국격에 먹칠을 한 원흉으로, 남양유업은 슈퍼갑의 지위를 남용한 경제민주화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갑을관계' 의식이 뼛속 깊이 뿌리내린 결과라는 게 아닐까 싶다. 금전적인 영향면에서든 사회적 신분면에서든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비뚤어진 갑의 가치관으로 말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09년 뉴질랜드 타투아사에서 분유 원료인 아포락토페린을 수입해 만든 분유 5만2920캔을 베트남에 수출하는 과정에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보도한 본사를 상대로 전방위 소송전에 나섰다. 당시 파이낸셜뉴스는 수출한 분유에 사용된 1차 수입분과 멜라민이 검출된 2차 수입분의 생산일자 간격이 불과 40일 정도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춰 1차 수입분에도 멜라민 함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큰 국내 판매 대신 베트남 수출을 택한 것은 대기업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남양유업은 본사가 광고 제안 등 회유를 거부하자 10억원대에 달하는 민사소송, 형사고소, 가처분 신청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대개 법정으로 비화되기 전에 밟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절차도 생략했다. 이 때문에 막대한 현금시재를 자랑하는 남양유업이 언론을 굴복시키기 위해 소위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노려 거액의 소송전을 벌였다는 분석과 함께 언론계는 물론이고 업계도 결과를 주목했다.

3년여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 민사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남양유업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여상훈 부장판사)는 "해당 기사는 객관적 사실에 합치돼 진실성이 인정된다"고,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림 부장판사) 역시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고 기사의 취지는 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2013년 5월, 이번에는 남양유업이 '영업사원의 대리점주 막말'로 촉발된 사회적 공분의 한가운데 섰다. 회사 대표 등이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대리점피해자협의회에 대한 경찰 고소 취하 및 이른바 밀어내기 방지, 대리점 상생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으나 쉬 진정될 것 같지는 않다. 과거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행태가 한마디 사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불신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검찰, 조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불법행위를 낱낱이 규명, 상응하는 처벌을 함으로써 금권에 기반한 남양유업의 오만한 갑의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윤 전 대변인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벌어진 '여성 인턴 성추행 의혹'에 대해 위로 차원에서 술을 마셨다며 성추행 혐의를 부인했으나 쫓기는 일정에 별도로 술자리를 가진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자 갑을관계 의식의 발로다.
더구나 청와대까지 끌어들여 '범죄자 도피지시' 논란을 부채질함으로써 어쭙잖은 갑의 천박한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둘의 사례는 각각 민간과 공적 영역에서 왜곡된 갑을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이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유사사례 재발을 차단할 수 있다.

do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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