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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미래형 주파수 새 정책 절실/정보미디어부 부장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5 17:04

수정 2014.11.06 13:38

[이구순의 느린걸음] 미래형 주파수 새 정책 절실/정보미디어부 부장

롱텀에볼루션(LTE)용 추가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이동통신회사들의 주파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경쟁회사들의 주파수 확보전략을 원색적으로 '재벌의 독점 횡포'라고 몰아붙이는 회사가 나오는가 하면 연일 기자들을 불러모아 자기 회사의 입장을 하소연하는 곳도 있다.

특정 이동통신사는 이번 경매에서 원하는 주파수를 못 받으면 이동통신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한다며 협박 가까운 말도 서슴지 않는다. '사활을 걸었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진다.

사실 주파수 얘기는 국민이 일일이 알 필요도 없는 일이다. 국민이야 무선인터넷이 빨리 연결되고 통화만 잘되면 그만인데 기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 회사 저 회사의 주파수 설명에 불려다니다 보니 신문과 방송들이 연일 주파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은 기가헤르츠(㎓)니 이종 주파수 통합기술(MC)이니 하는 어려운 얘기들을 매일 보고 들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결국 "이동통신 회사들이 또 전쟁을 하고 있네"란 불신뿐이다. 도대체 왜 싸우는 것일까. 한발 물러서서 주파수 전쟁의 면면을 따져보니 주파수를 나눠주는 정부의 정책이 변해야 하는 시기를 놓친 것이 전쟁의 출발점이다.

이번 주파수 전쟁을 쉬운 말로 풀어보자. 국내에 도로사업자가 3개 있다. 교통량이 많지 않던 과거에 도로사업자들은 통행량 많고 도로공사비 적게 드는 노선을 '황금노선'이라고 불렀다. 정부로부터 황금노선에 1차로씩 도로를 낼 수 있는 땅을 받아 사업을 하는 게 과거형 도로사업이었다.

그래서 정부도 황금노선 중심으로 도로건설용 땅을 나눠줬다. 20여년 도로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교통량이 수백배 늘어났다. 지난 2011년 이후에는 과거형 황금노선이라는 개념도 사라졌고, 도로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전에 깔아놓은 도로 옆으로 도로 폭을 넓힐 수 있는 땅을 받는 게 새로운 황금노선의 개념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형 황금노선 중심으로 도로부지를 나눠주다 보니 도로사업자별로 옆으로 늘릴 수 있는 땅이 남은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우연히 올 8월에 KT라는 도로사업자가 과거에 깔아놓은 도로 옆에 땅이 나왔다. KT가 이 땅을 받으면 다른 도로사업자는 여전히 1차로로 여러 노선을 운행해야 하는데 KT는 우연히 얻은 도로 덕에 4차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 LG U+라는 도로사업자는 기가 찰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주파수 전쟁의 내용이다.

결국 국민의 도로 이용행태 변화에 맞춰 정부가 과거형 황금노선 중심 도로 부지 할당정책을 발 빠르게 도로폭 확장형 도로부지 정책으로 바꿔줬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 같은 주파수 전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 실기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도로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현재 걱정되는 가장 최악의 사태는 정책 실기로 벌어진 전쟁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도로사업자 전쟁 중재자로 나서는 것이다. 이동통신 3사의 손익을 적당히 맞춰주는 임시방편형 주파수 경매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나라 이동통신 주파수 정책을 점점 더 꼬이게 만들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효율적 주파수 활용 정책을 만들고, 여기서 손해보는 이동통신 회사들에는 덤을 하나씩 얹어주는 정책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정책으로는 1년 뒤 다시 주파수 전쟁이 발발할 수밖에 없는 화약고를 남겨두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주파수가 경쟁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LTE 시대에 임시방편형 주파수 정책은 정부와 국민이 그토록 중단하겠다는 휴대폰 보조금 과열경쟁을 재발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주파수 할당 정책을 주관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존 음성통신 시대의 파편화주파수 정책이 아니라 무선인터넷형 광대역 주파수 할당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일부 통신사업자의 순간적인 혜택이 아니라 전 국민이 장기적으로 이동통신에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을 극대화할 미래형 주파수정책이 절실하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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