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보스턴 테러와 ‘공조 대응’/박강호 주 보스턴 총영사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6 16:45

수정 2014.11.06 13:23

[특별기고] 보스턴 테러와 ‘공조 대응’/박강호 주 보스턴 총영사

지난 4월 15일 117회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조용한 학문의 도시 보스턴에 큰 충격을 주었다.

보스턴 시민들은 무고한 어린이와 젊은 학생의 사망을 포함해 수백 명의 부상자가 생긴 이번 테러사건으로 인해 고통과 상처를 입었지만 주저앉지 않고 서로 격려하면서 다시 일어나 전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충격에 빠진 보스턴을 4월 18일 방문, 보스턴의 한 성당에서 거행된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테러가 잠시 우리를 쓰러뜨릴 수는 있지만 우리는 다시 일어나 계속 달려 레이스를 끝낼 것이다. 내년 이맘때쯤 4월 셋째 주에 세계는 이 도시에 모여 더 열심히 달릴 것이다. 118회 마라톤의 응원소리는 더욱 높을 것"이라고 말해 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번 보스턴 테러는 미국 국민에게 9·11 테러를 상기시키면서 보스턴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 정부와 보스턴 시민들이 이번 테러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필자가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4월 19일 하루 동안 대중교통을 중단시키고 외출금지령을 내림으로써 보스턴 지역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이러한 대응이 과도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만약 경찰이 대중교통을 중단시키지 않고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을 돌아다니게 했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시를 마비시킴으로써 경찰에는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는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생겼으며 이는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보스턴 시민들은 공공안전을 위해 작은 희생을 기꺼이 감수했다.

둘째, 이번 테러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 정부의 수사력이다. 4월 15일 사건 직후 미국 정부는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총기·폭발물단속국(ATF), 매사추세츠 주 경찰, 보스턴 시 경찰 등 가용한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 사건 발생 4일 만에 용의자 1명을 사살하고 나머지 1명을 생포했다. 초동 단계에서의 이런 치밀한 수사력과 연방정부, 주 정부, 시 정부 수사당국 간 긴밀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셋째, 보스턴 테러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범인을 적군 신분으로 기소하자는 의견을 무시하고 기존의 사법기관에서의 재판을 선택했다. 미국은 안보와 민주주의 가치 간의 극한 대결로 대응하지 않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면서 새로운 테러 전술에 맞설 방어전략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 운동경기장, 콘서트, 쇼핑센터 등 방어하기 어려운 곳에 대한 테러 위험에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스턴은 전 세계의 인재들이 와서 배움을 키우는 세계 지성인의 전당이다. 이곳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미국과 전 세계로 흩어져 각 분야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보스턴 테러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 연방 정부, 주 정부, 시 정부 간의 칸막이 없는 긴밀한 수사공조와 확고한 법치주의 적용은 우리가 꼭 참고해야 할 정책 시사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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