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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김남식 통일부 차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9 16:47

수정 2013.05.19 16:47

[차관칼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김남식 통일부 차관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지 40여일이 지났다. 2004년 첫 시제품을 내놓은 개성공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지금의 개성공단을 일구기까지 많은 이의 노력이 있었다. 첨예한 긴장감이 돌던 북한 최전방 군사 지역에 남북 상생의 경협모델을 일구어 내려는 국민의 진심 어린 희망이 있었고, 미래 한반도의 비전이 있었다. 북한 역시 이런 노력에 일정 부분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랬기에 역대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유지·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
박근혜정부 역시 개성공단 정상 가동에서 나아가 해외 시장에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임을 인정받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제적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개성공단과는 전혀 상관없는 우리 언론 보도나 당국자의 발언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남북 간 통신선을 단절하고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했다. 결국에는 개성공단을 조업 중단 상황으로까지 몰아갔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장기적 파장으로 북한이 더욱 우려해야 하는 사실은 북한이 감수해야 할 신뢰의 상실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어느 나라, 어떤 기업이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우리에게 남북 협력사업이 내포하는 정치경제적 리스크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북한이 스스로의 약속, 우리와의 합의, 국제사회와의 공약을 파기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다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오곤 했던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이처럼 남북 모두에 득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근원적인 원인은 '신뢰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다. 그러나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그렇듯 나의 선한 의지와 낙관적인 기대만으로 상대방의 신뢰 위반 행위를 막을 수는 없다. 정서적 유대 측면도 신뢰 형성을 위한 중요한 요인임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공고한 신뢰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위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 위반 행위에 대해 분명한 대가가 부과되는 게임의 룰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에 신뢰를 쌓아 남북관계를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전제는 확고한 안보태세다.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시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의 우위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신뢰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는 어렵다.

한편 남북 간의 약속과 합의를 준수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은 실질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14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당국 간 회담을 북한에 재차 제의했다. 북한이 진정으로 개성공단 정상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원한다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
대화를 거부하고 비난과 왜곡으로 일관하는 북한의 대응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의 대화 제의에 호응하고 신뢰 프로세스에 동참해서 신뢰를 통한 남북관계의 발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로 함께 나서야 한다.
우리 역시 역사가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끈기 있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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