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식품업계 신경영 필요하다/차석록 생활경제부장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1 16:45

수정 2013.05.21 16:45

[데스크칼럼] 식품업계 신경영 필요하다/차석록 생활경제부장

"식품업계를 떠나고 싶습니다."

최근 모 식품업체에서 일하는 어느 직원의 한탄이다. 최근 식품업계는 연이은 악재로 우울하다. 동네북이 된 듯하다.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밀어내기가 배상면주가 대리점주의 자살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분노가 폭발, 식품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밀어닥치고 있다.

식품업계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종사자의 사기도 함께 꺾였다. 이번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D식품회사의 홍보담당자는 "알리고 싶은 게 많은데 죄인인 양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식품업계의 밀어내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항상 그랬듯이 정치권이나 정부는 사후약방문. 문제가 터져야 뒤늦게 호들갑을 떤다는 데 있다. 식품업계는 "최근 정치권이나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등에 업고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져온 공은 배제한 채 때려잡기에 몰두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은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가 자칫 해당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당연하지만 자칫 과잉대응이 아직은 산업 규모나 기업 규모가 적은 식품산업에 치명적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대표적 '갑을 사례'인데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다가 식품업계가 만만하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할 수 있어 이처럼 난리를 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사실 식품업체들은 다른 업종과 비교해도 아직은 열악한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2만여개의 식품법인 가운데 매출액이 1억원 미만인 기업 수가 전체의 58.5%, 100억원 미만은 98%에 달한다. 반면 매출 1조원 이상은 0.02%, 1000억원 이상도 0.25%에 불과하다.

국내 최대 식품업체라는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6000억원. 가장 큰 라면회사인 농심은 2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역시 국내 최대 제과회사인 롯데제과도 작년 매출액이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는 매출 규모가 무려 500억달러(50조원)를 넘는다.

식품업계 일각에선 최근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업계 전체가 거듭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품산업도 구태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처럼 한국의 성장동력이 되자는 외침이다.

실제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식품산업에는 없다. 삼성전자는 그냥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꼭 20년 전인 지난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신경영이 전환점이 됐다.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가 소니나 산요를 잡고, 현대차가 도요타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가 자정결의대회에서 임직원에게 반성과 함께 환골탈태하자고 호소했다. 위기를 넘기기 위한 '쇼'가 아니길 바라면서 뼛속까지 달라져야 남양유업이 살고 직원 및 대리점 식구들이 먹고살 수 있다.
식품업계는 지금이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할 때가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cha104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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