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지식재산권 컨퍼런스 소회/이윤호 동국대 교수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8 16:25

수정 2013.05.28 16:25

[특별기고] 지식재산권 컨퍼런스 소회/이윤호 동국대 교수

지난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가 올해로 3회째를 맞으며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관련 분야 국내 유일, 최고의 학술대회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 마음 든든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아직도 미개척의, 그래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관심 또한 크게 받지 못하고 속된 말로 돈도 되지 않는 특수한 분야에 대해 국가와 정부도 아닌 민간분야, 관련업계도 아닌 언론사에서 이렇게 큰 관심을 기울이기란 쉽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3년 전 첫회 때부터 참여하고 지켜본 사람으로서 컨퍼런스의 차수가 거듭될수록 컨퍼런스의 주제, 내용, 발표자나 토론자 모든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지식재산권이나 산업스파이에 대한 양형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릇 모든 범죄가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이고 따라서 그러한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범죄에 상응한 형벌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특히 지식재산권의 절취와 산업스파이 행위는 이성적인 인간의 계획적인 합리적 선택의 결과이기에 더욱 확실하고 신속하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식재산권과 산업보안에 대한 형벌적 접근의 하나인 양형제도를 논한다는 것은 새삼 의미 있는 일이다.

더욱이 우리보다는 이 분야에서 조금은 앞서가고 있는 미국 및 일본과 같은 나라의 경험을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우리에게 보다 적합하고 효율적인 양형제도가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만 형벌이란 죄에 상응한 것이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서 지식재산권과 산업보안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죄에 상응한 처벌을 위해서는 죄와 벌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죄는 곧 범죄 피해의 정도이며 벌은 형량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식재산권의 침해와 산업스파이 같은 범죄가 주는 피해의 정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이다.

당연히 침해된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핵심적 변수요 결정변수가 돼야 할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 부분이 논의됐다는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하지만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한 정도여서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기회에는 이 분야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한편, 대부분의 범죄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고 한다. 지식재산권이나 산업보안 관련 범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등의 행위는 특히 경제적 이익이라는 사적 이해관계의 계산에서 나온 인간의 작위적 행위의 결과다. 이는 곧 모든 지식재산권 범죄나 산업보안 관련 범죄도 결국은 보안기술이나 기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문제로 귀착된다. 기계보안, 기술보안, 정보보안도 중요하지만 그 기계와 기술과 정보를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것은 기계와 기술과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하는 범죄인 것이다.

산업보안은 인적보안(Human Security)이 확보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 회의에서는 바로 이 점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기왕에 많은 시간, 경비, 노력을 투입해서 해온 행사이니만큼 이를 확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한 가지 제안한다면 회의 주최측에서 아예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연구원 같은 것을 설립해 연구결과를 종합하고 확산시키며 실용화시킨다면 어떨까 한다.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조찬 컬로퀴엄을 개최하거나 소식지나 정보지를 발행, 배포하고 궁극적으로는 결과물들이 제대로 응용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자문에 대한 조언을 기업에 제공하는 사업화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지식재산권이 보호되지 못한다면 창의경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지식재산권과 산업보안을 전문으로 하는 특성화 언론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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