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월드리포트] 日 성장전략 중심은 여성/고미 요지 도쿄 통신원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31 16:59

수정 2014.11.06 07:02

[월드리포트] 日 성장전략 중심은 여성/고미 요지 도쿄 통신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유명한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를 방문했다. 방문의 목적은 이 회사 간부와의 만남이 아닌 시세이도 사내에 있는 탁아소 시찰이 목적이었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라는 금융.재정정책으로 주가를 견인하고 엔저를 유도했다.

그러나 일본을 성장시키는 주요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주식시장은 5월 말 갑자기 폭락했다.

이러한 여론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발표한 것이 '일하는 여성에 대한 지원'이다.
탁아소 시찰 후 아베 총리는 "여성대책을 확실히 세우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할 생각이다"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한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아직까지 일본에서 여성 총리는 한 명도 없었으며 여성 장관 또한 그 수가 아주 적다. 스위스의 경제연구기관인 세계경제포럼이 조사한 전 세계 여성 활용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조사 대상 135개국 중 101위였다. 이유는 여성 국회의원 수가 적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은 11.3%로 186개국 중 121위, 학술 분야 연구직 여성 비율도 13%로 선진국 중에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원인은 일본사회에서는 "남편은 밖에서 활동하고 아내는 가정을 지킨다"라는 통념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요청에 부응해 이토추 종합상사는 지난 4월 최초로 46세 여성 임원을 탄생시켰다.

또 유통기업 이온(AEON)은 부·과장이나 매니저 등 관리직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을 7%에서 2020년까지 50%까지 상향할 것을 결정했다. 이온의 오카다 사장은 "일본에서 여성이 제일 일하기 쉽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오사카에서 대형 유원지를 경영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재팬(USJ)은 처음으로 여성 부장직 공모를 시작했다. 부장직의 연봉은 1000만엔(약 11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과장 대리 이상의 관리직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은 지난 2005년 말 9%에서 2011년 말 16%로 상승했다. 이것을 오는 2020년까지 3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 기업 중 여성을 채용하는 15개 회사를 선정해 투자자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약 2200개사 중 우선 관리직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과 육아지원 제도의 유무를 기준으로 약 100개사를 우선 뽑은 후 실적이 좋은 15개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복직이 지극히 어렵다. 육아가 끝난 이후 일을 하고 싶어도 아르바이트밖에 없다. 아르바이트의 70%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지만 1년 수입이 100만엔(약 1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많다.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의식이 강해 남성이 회사를 쉬면서 육아에 참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베 총리는 '모든 사회 분야에서 2020년까지 지도층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린다'는 큰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임원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여성으로 등용해 줄 것을 주요 경제단체에 요청했다.

그러나 문제는 탁아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탁아소 입소하기를 희망하는 '대기 아동'은 전국에서 2만5000명가량이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20명 이하의 소규모 보육원이나 유치원을 중점 지원 대상으로 삼아 탁아소를 설치해 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임대빌딩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한 탁아소 설치 및 신규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기업 내 보육 요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향후 2년간 20만명분의 탁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일반가정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남자는 일, 여자는 집'이라는 낡은 의식을 바꾼다는 것은 확실히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gomi4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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