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걸음]

미래부, 숨고르기 필요하다/정보미디어부 부장

박근혜정부의 온갖 기대를 안고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식출범 49일째를 맞았다.

출범 후 미래부는 참 부지런히도 달렸다. 49일 동안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만 250여건에 달한다. 휴일까지 포함해 하루 평균 5건씩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미래부의 마음이 급할 만도 하다. 온갖 기대와 숙제는 쌓여있지만 정작 일할 시간도 짧았던 데다 기존에 있던 부처가 아닌지라 모든 정책을 생짜로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까지 겹쳐 미래부 구성원 모두가 종종걸음으로 달리고 있다. 공무원들은 식사도 거르며 연일 회의와 정책조율에 참여하면서 하루하루 쫓기듯 일한다.

그런데 정작 지난 49일을 돌아보면 미래부가 내놓은 것이 딱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모호한 개념이라고 타박을 받는 '창조경제'라는 구호밖에는 국민의 머릿속에 남은 것이 없다.

미래부에 대한 평가가 야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급히 달리는데 결승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 아닌가 싶다. 달리기 선수인 공무원들조차 "열심히 달리기는 하지만 결승점이 어디인지 모른 채 각자 달리기만 할 뿐"이라고 걱정한다.

당장 국회가 이달 중 제정하기로 약속한 정보통신기술(ICT)발전특별법부터 고민이다. ICT발전특별법은 미래부의 앞으로 5년 정책 성공을 보장할 가장 기본적인 법률이다. 국회가 미래부와 협의해 초안을 만들고 있지만, 국회 여기저기서 ICT발전특별법의 정체가 모호하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가 스스로 자기의 정체성을 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미래부는 창조경제를 위해 여러 부처들과 잇따라 정책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지만 정작 MOU로 어떤 정책을 협의할 것인지는 내놓지 못해 MOU의 후속작업은 찾아보기도 어렵다.

알뜰폰(MVNO, 이동통신재판매) 활성화 방안이나 휴대폰 보조금 금지법안 같은 여러 정책을 마련해 내놨지만 이들 정책이 목표로 삼는 지점이 혼란스럽다. 국민들의 통신서비스 선택권을 넓히고 시장경쟁에 의해 요금을 낮추자는 게 당초 목표였지만 갈수록 정책은 알뜰폰 사업자 지원, 보조금 금지 같은 각론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롱텀에볼루션(LTE) 추가 주파수 할당 정책도 지향점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더 나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파수 정책의 밑그림은 없이 치열하게 다투는 이동통신 회사들의 타협안에 그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미래부에 필요한 것은 무작정 급히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달릴 것인지 목표점을 정확히 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작정 달리고 있는 걸음을 잠깐 멈추고 미래부 공무원 전체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책 결승점을 심사숙고해줬으면 한다.

잠시 숨을 고르며 결승점을 정하고 전력질주하는 게 5년 장거리 달리기를 완주할 수 있는 해법일 것이다.

cafe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