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수출 ‘제로 성장’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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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고 침몰 일보직전이다. 체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중병에 걸린 것 같이 일할 맛도 안 나고 무기력하게 비틀거리고 있다. 배를 이끄는 전사들은 국제 시장에서 엔저로 흠씬 두들겨 맞고 패잔병 신세다. 유혈이 낭자한 상처를 살필 기력도 없이 탈진상태로 녹다운 돼 있다. 몸을 추스를 기력마저 없는데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악재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한 달 만에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중단 발표로 정책의 툴만 소진한 꼴이 됐다.

유일한 출구였던 중국마저 신용경색이 가속되면서 우리 금융시장과 수출시장을 쓰나미처럼 덮쳤다. 가히 쇼크수준을 넘어 패닉상태다. 우리 경제의 한 단면을 연상케 하는 자화상이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기계업종, 화장품을 포함한 인프라 투자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7.4%까지 떨어졌고 수출입 규모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석유제품.철강 등 중화학 분야의 수출 증가세도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항상 5대 수출품목 안에 들며 지난 20여년간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던 이들 품목은 일명 블루오션 박스(현금 창출)에서 레드오션 박스로….

특히 조선의 경우 수출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11년 선박 수출액은 565억달러(약 65조원)로 당시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그게 가장 화려했던 마지막 추억이었다. 지난해 397억달러(약 46조원)로 29.8% 줄더니만 올 들어서는 1~5월 32.5% 감소했다. 철강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철강 생산 능력 20억t 중 공급 과잉량은 5.4억t에 달한다. 이 가운데 60%가 넘는 3.3억t이 한.중.일 3국에 집중돼 있어 중국시장이 위축될 경우 그 불똥은 우리에게 튈 게 뻔하다.

그나마 다행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반도체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서다. 그러나 이 분야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 국내 생산비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로 눈을 바다 밖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 생산비율이 처음으로 51%를 기록, 국내 생산을 앞질렀다. 엑소더스가 더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초국적기업인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 기지도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로 빠르게 옮겨지고 있다. 심지어는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휴대폰 공장에서 만든 고가 휴대폰 물량이 경북 구미에서 만든 물량보다 무려 3배 많은 1억2000만대였다고 한다.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의 시효가 끝나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 상반기 전체 수출 증가율이 0%대, 아니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산업구조조정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국내 기업들의 체질과 전략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는 데다 이 여파가 전 산업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데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정쟁만 일삼고 있다. 이를 치유하는 명의가 없고 성장 불씨를 살려야 하는 현실에 눈과 귀를 닫고 마이웨이만을 외치는 정치인과 정부를 국민은 그래도 신뢰할까….

neths@fnnews.com 현형식 지식과학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