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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그래도 미래부에 희망 건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25 03:21

수정 2014.11.04 16:33

[이구순의 느린걸음] 그래도 미래부에 희망 건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갈 핵심 부처로 전 국민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 100일이 됐다. 미래부 공무원들은 24시간을 쪼개고 식사시간도 아껴가며 지난 100일 동안 참 열심히도 일했다.

그러나 앞만 보며 달려온 미래부 100일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실 미래부 설립 논의 단계부터 설립 이후 100일을 지켜봤던 출입기자 입장에서도 넉넉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다. 지난 100일간 지켜본 미래부는 뭘 하겠다는 부처인지, 뭘 할 수 있는 부처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연일 쏟아내는 정책은 수없이 많았지만 실제로 기자가 국민에게 "이것이 박근혜정부와 미래부가 실현해 가는 창조경제다"라고 자신 있게 해설할 만큼 손에 잡히는 정책은 찾을 수가 없다.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수차례 반복되는 정책발표 때마다 금융당국과의 협력, 중소기업 담당부처와의 업무 조율, 실제 벤처기업 현장과의 괴리 같은 난제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통신·미디어 정책은 아직 뚜렷한 비전도 없다.

주파수 경매정책, 네이버의 독과점 논란 같은 각론에 휘둘리면서 ICT 융합 산업 전체를 성장시킬 수 있는 비전이나 로드맵은 아직 밑그림도 못 내놨다.

게다가 세간에는 미래부가 박근혜정부 안에서조차 '미운 오리' 취급을 받는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온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의 두 차례 공식 해외순방을 미래부 장관은 동행하지 못했다. 사정이야 어찌 됐든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외교와 경제를 위한 최고의 활동인데, 경제정책의 핵심 부처 장관이 공식 수행명단에 끼지 못하면서 뒷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100일 만에 내놓은 미래부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국민은 아직 미래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 ICT와 과학기술을 융합해 창업경제를 일궈 국가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미래부 설립의 대전제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부가 스스로 신발끈을 고쳐 매 주기를 바란다. 국민의 희망을 실현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 말이다.

우선 아직도 겉돌며 스스로 융합하지 못하는 내부 조직정비가 첫 번째 숙제다.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해 창업경제를 일구겠다고 나서는 미래부지만 내부 인력들조차 겉돌고 있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최문기 장관을 필두로 1, 2차관이 나서 조직을 정비하고 내부 융합과 업무 조율, 정확한 업무 분장과 협업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게 첫 단추일 듯싶다.

두 번째 숙제는 정부 안에서 미래부가 자신의 위상을 세우는 것 아닐까 싶다. ICT와 과학기술이라는 개별 산업정책 부처가 아니라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을 이끌어가는 주관부처로서 색깔과 목소리를 찾아주길 바란다. 금융·중소기업·산업 부처들과의 협력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정책 역량과 목소리를 함께 키워야 한다.


미래부는 박근혜정부의 옥동자였다. 그러나 태어난 지 100일 된 지금 미래부는 미운 오리 처지를 걱정할 만큼 힘이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부가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엄친아'로 성장하느냐, 미운 오리로 찌그러지느냐는 스스로 미래부가 지금부터 신발끈을 얼마나 잘 고쳐 매느냐에 달려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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