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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리더십 내공(內功)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15 03:46

수정 2013.08.15 03:46

[fn논단] 리더십 내공(內功)

프랑스의 '낭시 의과대학'에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이 행해졌다.

쥐 여섯 마리를 한 우리에 넣은 후 우리의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수영장을 건너야 사료통의 먹이를 구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쥐들이 어떠한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관찰 결과 쥐들은 먹이를 구해서 먹는 데 있어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이 4가지의 각각 다른 행동을 했다.

①헤엄을 쳐 수영장을 건너가서 먹이를 가지고 왔지만 다른 쥐에게 먹이를 빼앗기는 쥐가 2마리 ②가만히 있다가 다른 쥐가 가져 오는 먹이를 빼앗아 먹는 쥐가 2마리 ③먹이를 가져와서 자기가 직접 먹는 쥐가 1마리 ④먹이를 구해오지도 않고 남이 가져온 것을 빼앗아 먹지도 못하는 쥐가 1마리(다른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반복한 결과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실험 직후 이 쥐들에게 생긴 생리적 변화를 확인해 보기 위해 쥐의 뇌를 해부해 어떤 행동 유형의 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적게 받았는지를 측정해 보았다. 실험 결과 ②④①③번 쥐 순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경우에도 유사한 실습 후 스트레스 물질을 측정하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스로 노력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그 성과에 상응한 보상을 누린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떳떳하고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게 돼 스트레스를 적게 받기 때문이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수주한 용역을 수행하며 전국 각지에서 농업을 통해 성공한 전업농·창업농들과 영농법인의 대표들을 20여명 만나서 심층면접을 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전문성뿐만 아니라 경영관리 역량이 상상외로 뛰어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신감과 성공을 보고 면접을 진행한 우리 회사 직원들 중 농사 짓겠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까지 되었다. 성공한 농민들 대부분이 중·고등학교를 나와 농업에 종사한 터라 전략이나 마케팅·리더십 등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을 터인데도 어떤 유명한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뒤지지 않는 스스로 터득한 경영 철학과 전략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면접내용을 정리, 분석하면서 비록 그들이 각각 다른 품목에 대해 다른 방법을 사용해 성공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들 농사가 어렵고 농촌이 살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며 자신감이 넘쳤고 "지금 우리가 좀 한다고 하지만 일본의 성공한 농민들을 찾아가서 보면 우리는 아직 그들의 20∼3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 것이 성공한 농업 경영자의 공통점이었다.

어떤 분야이든 성공하는 데는 내공(內功)이 필요하다. 내공이 없이 얄팍한 지식이나 스킬만 있는 지도자는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조직을 움직일 수는 더욱 없게 마련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아이젠버그 경영대학 교수인 만츠(Manz) 교수는 모든 리더십 발휘의 가장 중요한 핵심 엔진으로 '셀프리더십' 개념을 수립했다. 그는 셀프리더십을 "자신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주도성과 진보를 위한 열망 및 의지를 통해 성과 향상과 개인 효과성 향상을 위한 의도적 변화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이 셀프리더십이 대인간의(Micro) 리더십, 팀 리더십뿐 아니라 전략적(Macro) 리더십의 근간으로 작용해 조직의 성과를 좌우한다고 했다.
결국 성공한 농민들은 뛰어난 셀프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볼 때 셀프리더십은 리더십 '내공(內功)'이 아닐까.

정재창 PSI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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