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캘리포니아주 재정위기 교훈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힐 만한 전통적인 부자동네다. 19세기 금광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캘리포니아의 경제발전은 이후 정보기술(IT) 혁명의 진원지인 실리콘밸리가 각광을 받으면서 신흥부자들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LA 비벌리힐스는 거부들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궁전 같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휴렛팩커드, 인텔 등 세계적인 거대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곳도 캘리포니아주다. 부자와 대기업, 이러한 여건만 보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정상태는 세계 최고 수준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캘리포니아주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 시절 파산을 선언할 정도로 미국 내에서 가장 가난한 주에 속한다. 이는 잘못된 조세.재정정책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발단은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13(California Proposition 13)'이라는 세금 불복종 운동이었다.

1970년대 후반 경기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주택가격이 치솟았다. 특히 인구가 급격하게 유입된 캘리포니아 지역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미국 내에서 가장 높았다. 이게 역설적이게도 주민들에게는 재앙이 됐다. 자산가격 상승과 함께 재산세가 급등했다. 세금에 짓눌린 주민들의 집단 반발 조짐이 일더니 세금 불복종 운동을 위한 주민발의로 이어졌다.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13'이 그것이다. 이 발의의 핵심은 재산세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부동산 자산에 붙는 어떤 세금도 현금으로 환산한 금액의 1%를 넘지 못하도록 묶었다. 또 소득세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민 70% 참석에 65%의 찬성으로 통과된 이 주민발의는 결국 주정부의 재정 파국으로 이어졌다. 재산세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던 주정부의 수입이 크게 줄면서 재정적자가 고착화됐다. 2003년 영화배우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로 당선된 이후 세율이 대폭 인상됐지만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급격한 세율 인상으로 캘리포니아주가 미국 내에서 가장 세금 부담이 큰 주가 되면서 기업들이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번 잘못된 조세 또는 재정정책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가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에서 지난 8일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수정되는 어이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배신감, 근로자가 더 많은 부담을 져야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집단 반발로 이어졌다.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서지 않았다면 정권의 위기로 치달을 뻔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소득세를 올리려 했다는 게 이번 조세 개정 파동의 표면적 원인이다. 감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현실적이지 않은 정치권의 복지 확대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이번에 무리한 조세 정책을 내놓게 된 근본 배경은 현실성이 떨어진 복지정책 때문이다. 증세하지 않고 복지를 늘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합리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치권에서 먼저 제시해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늘리는 방안은 당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증세하지 않고 복지를 늘릴 경우 머지않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악몽이 우리에게도 현실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당은 더 이상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말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복지 확대를 위해 세율을 올릴 것인지, 아니면 복지를 줄일 것인지 양단간에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