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여의나루] 다가오는 북극의 미소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15 17:15

수정 2013.08.15 17:15

[여의나루] 다가오는 북극의 미소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될 즈음인 지난 5월 중순 스웨덴 키루나에서는 북극이사회 옵서버 진출이라는 시원한 소식이 전해왔다. 북극이사회는 북극권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8개 북극권 국가들이 결성한 정부 간 협의체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의사결정체다. 우리나라는 2008년 잠정 옵서버로 가입한 이래 북극해 환경탐사를 비롯한 과학연구 활동 및 북극권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경제협력 노력을 인정받아 세 번의 도전 만에 옵서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기후변화의 상징적 의미와 경제적 가치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떠오르는 북극. 북극해의 변화는 자원, 에너지, 해운, 수산, 관광, 과학·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으며 북극권 국가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반면 오랜 기간 보전돼온 북극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특히 원주민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인류 공동 과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북극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국의 광범위한 참여가 필요하며 이해관계가 깊은 비북극 국가와 협력적 논의의 장을 확장하는 의미에서 북극이사회는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비북극권 6개국에 공식 옵서버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2012년 여름에는 북극해 결빙 면적이 최소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라는 위협요인인 동시에 한편으로 새로운 자원·어장·관광·북극항로라는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에 따르면 원유 900억배럴, 천연가스 1669조㎥, 액화천연가스 440억배럴 등 미발견 에너지의 15∼30%가 매장돼 있다고 하니 북극해의 잠재적 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운항거리와 운항일수를 3분의 1가량 단축할 수 있어 또 다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화물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의 선박에 대한 수요와 해양플랜트산업 확대가 예상된다. 우리는 세계 제일의 조선기술을 보유하고 쇄빙연구선을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한 경험이 있어 앞으로 이 분야의 발전이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북극에 진출한 지 올해로 12년째가 된다. 2002년 북극 다산과학기지 개소 이후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기후변화, 빙권의 생태계와 환경 연구 등을 통한 과학기술 향상은 물론 국가 위상 제고와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착실히 마련하고 있다.

북극은 연안국을 중심으로 자원·영토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 확장을 위한 배타적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북극이사회를 통해 북극권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특히 대륙인 남극과 달리 북극해는 전체 면적의 80%가량이 연안국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에 속해 있어 북극해 연안국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북극이사회 옵서버 진출을 통해 북극 진출의 문턱은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회원국과의 양자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이며 적극적인 과학 연구 활동과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북극해 거버넌스에 기여하면서 북극해를 활용한 해양신산업 육성 및 산업화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범정부 북극정책 추진계획은 이런 측면에서 시의적절하며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생각된다.

극지로 가는 길은 차가운 얼음으로 둘러싸인 바닷길이지만 우리의 뜨거운 열정과 관심을 통해 북극곰의 눈물을 미소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인류의 마지막 프런티어 북극! 21세기 새로운 도전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종합적인 발전 대책 수립에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할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