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중남미로 진격하는 중국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16 03:29

수정 2013.08.16 03:29

[특별기고] 중남미로 진격하는 중국

은퇴한 영국 해군장교 멘지스가 '1421년:중국이 세계를 발견한 해' 제목의 책자를 2002년에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 명나라 정화함대가 콜럼버스보다 무려 71년이나 앞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함으로써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멘지스의 주장은 실증적 검증이 더 필요하겠지만, 중남미 지역에서 후발주자로서 유럽 국가들과 미국을 추격하는 입장에 있었던 중국인들에게는 큰 심리적 보상이 되었다.

중국은 근래 고위인사 방문, 상업차관, 무상원조, 투자, 원자재구입 등을 통해 중남미와의 협력에 과감한 행보를 보여 오고 있다. 6억 인구의 내수시장인 동시에 천연자원의 보고이며 매년 5~6%의 성장을 구가해온 중남미는 이제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대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중국은 중남미의 '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2012년 2500억달러규모의 대중남미 교역량을 5년 내에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중남미로부터 고가로 그리고 대량으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국은 이들에게는 구세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중남미사람들이 중국을 마냥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의 투자와 원자재 구입은 고맙지만 저가상품 유입을 두려워한다. 원자재 구입이 역내고용의 대폭 창출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저가 상품 유입으로 인한 현지 업체 도산으로 고용이 오히려 감축된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교역증대가 역내교역을 희생시킨다는 비판과 더불어 중국의 불공정거래 관행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중남미언론들은 중국의 저가상품을 '뜨거운 감자' 또는 '21세기의 재앙'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중국을 또 하나의 잠재적 제국주의로 보고 있고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중국으로 대체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남미에서는 실현가능하지 않은 계획을 흔히 '중국 이야기(cuento chino·쿠엔토 치노)'라고 한다. 중국이 콜롬비아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철도로 연결하는 건식운하(dry canal) 건설 프로젝트를 제기했을 때에도 그랬고 최근 니카라과 의회가 중국기업의 400억달러 소요 태평양~대서양 연결 운하건설 계획을 승인했을 때에도 그 말이 나왔다. 그냥 웃고 넘길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 이야기'가 언제라도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가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말은 이제 상당히 퇴색된 것 같다. 9·11사태 이후 미국이 안보와 반국가테러에 집중하면서 중남미는 미국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중남미도 미국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자 중국이 그 틈새를 이용,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베네수엘라를 위요한 반미좌파정부들도 중남미 정치지평을 대폭 변화시켰다. 결국 중국은 중남미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붙박이 행위자로 변모했다. 협력규모 면에서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기는 버겁다고 본다. 그러나 중남미사람들은 한국의 진출에 느끼는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한국을 좋은 협력파트너로 생각한다.

한국은 개발경험, 정보통신기술(ICT), 녹색성장, 해외건설 등 이들에게 매력적인 물건도 많다. 여기에 우리의 강점이 있다.
중남미는 한국 프리미엄이 있는 땅이다.

추종연 주 콜롬비아대사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