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단기수출보험 민간이전 신중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19 04:14

수정 2013.08.19 04:14

[특별기고] 단기수출보험 민간이전 신중

수출이 쉽지 않은 것은 국내거래보다 돈을 떼이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위험을 감당하기가 버거운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보다는 국내거래를 선호한다. 그렇지만 한정된 국내시장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기업은 성장할 수 없고 일자리와 소득도 늘어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수출상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수출보험이라고 한다. 수출보험은 보험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민간보험회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위험을 다루기 때문에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수출지원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도 인정되는 유일한 무역지원제도이다.

수출보험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주된 수혜대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하여 스스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며 위험을 부보해주지 않으면 수출에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출보험이 꼭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수출대금 미회수 시 지급하는 보험금도 중소기업은 100%를 보상하지만 대기업은 95%를 보상하는 것으로 약관에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이 시작되던 1969년부터 수출보험제도를 운영하기 시작, 1977년부터 1992년까지 약 15년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운영하다가 한국수출보험공사(현재 한국무역보험공사)로 독립하여 운영한 지 20년이 넘었다.

정부는 지난 4월 말에 정책금융에 관련된 정부부처의 공무원들과 민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방안을 주문했다. 태스크포스는 무역과 관련된 대외정책금융에 있어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책금융 개편은 수요자인 기업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대한상의 등 무역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각각의 고유한 역할과 수출기업 지원에 따른 효과를 인정하여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종전의 역할을 큰 변화 없이 수행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다만, 보도된 바에 따르면 기존에 무역보험공사에서 맡아오던 단기수출보험 기능을 민간 손해보험사에 넘길 것을 고려한다고 하는데 이 점에 대하여는 생각해볼 부분이 적지 않다.

첫째, 단기수출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상업성이 떨어지는 보험이다. 만일 상업성이 있었다면 민간 보험사가 스스로 떠맡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아직까지 민간 보험사에서 단기수출보험을 떠맡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 정부는 떠넘기고 민간에서는 받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업자에게 넘어간다.

둘째, 단기수출보험에서 손해율은 대기업(약 90%)보다는 중소기업(약 130%)이 월등히 높다. 즉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이 보험을 더 필요로 하고 혜택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 보험은 운영이 불확실한 민간 보험사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대로 충실히 움직이는 무역보험공사가 운영하는 편이 낫다.

셋째, 민간 보험사에 업무가 이전될 경우 무역보험공사가 수십년간 이 업무를 취급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는 고스란히 날아가 버린다. 특히 해외수입상의 신용정보 등은 그 특성상 국내에서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민간보험사는 해외보험사의 정보를 빌릴 수밖에 없다.
물론 공짜일 리가 없으므로 보험료 수입의 상당부분은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금융개편은 신성장산업 등 지원이 필요한 영역에 대하여 효율적으로 지원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일이다.
그러므로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이 발생해서는 곤란하며 특히 '수요자'인 중소수출기업들에게 불편이나 불안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안병수 서울디지털대학교 물류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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