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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합리화’ 덫 걸린 은행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닌데 경영개선을 위해 수수료를 인상해준다더니 이제는 오히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자를 더 내라고 하고… 답답합니다."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대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은행들은 한 달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갑작스레 은행의 경영개선을 위해 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고 나섰다. 저금리 저성장 등으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경영개선을 위한 수수료 현실화라면 으레 수수료 인상을 떠올렸고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당근'에 기뻐하면서도 자칫 역풍이 부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다. 여론이 은행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며칠새에 여론은 은행들이 자기부담은 하지 않은 채 고객들을 통해 배를 채운다며 몰아붙였고 금융당국은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고객들에게 주지 않던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라며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지난 12년간 50만원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주지 않았다. 이런 관행이 잘못됐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더 나아가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대해서도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당장 부담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을 무료로 운영하는 것인데 여기에 이자까지 내라고 하면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입장대로 수수료를 현실화한다면 오히려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수료 인상 논란이 컸던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얘기를 못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도 금융당국이 추진했고 이자 지급도 금융당국이 추진했는데 정작 모든 욕은 은행이 먹고 있다"며 "지출은 늘리면서도 경영까지 개선하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같이 보는 과정에서 상충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면서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중점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