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레드먼드를 바꿔놓은 사람들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0 16:55

수정 2013.08.20 16:55

[데스크칼럼] 레드먼드를 바꿔놓은 사람들

지금 휴가를 보내고 있는 미국 북서지역은 곳곳에 보이는 넓은 호수와 만년설이 덮인 산, 어디를 가도 보이는 높은 나무 등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여름 날씨지만 습하지 않고 상쾌하다. 만난 지인들은 올해 여름은 유난히 좋았다며 미소들이 넘친다.

지금 머무르고 있는 곳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레드먼드라는 도시가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가 있어 유명해진 도시다.

드라이브도 할 겸 렌터카로 수십개나 되는 건물들로 구성된 MS 본사인 '레드먼드 캠퍼스'를 운전해보니 이 기업을 세운 창업자 빌 게이츠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1975년 뉴멕시코주에서 창업된 MS가 1986년 이곳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번창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도시로 전해져왔다.

현대식 건물들이 몰려있는 레드먼드 캠퍼스에서 벗어나면 도로에 말을 타고 있는 사람 모습이 그려진 도로표지판이 보인다. 첨단산업의 중심지에서 조금만 가면 말을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직 있긴 있는가 보다. 말을 키우는 목장이 실제로 보였다.

레드먼드 캠퍼스를 볼 때마다 게이츠와 함께 MS를 공동으로 창업한 폴 앨런 두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이 세운 MS 덕에 한 개 도시를 사실상 만들어낸 셈이다. 또 그 효과는 오늘의 정보기술(IT)산업에까지 남아 있다.

MS가 예전만은 못해 보이지만 약 75만㎡인 레드먼드 캠퍼스에 많게는 약 4만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10만㎡를 더 확장시키는 것이 진행되고 있다.

캠퍼스 주변에는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의 미국 법인을 비롯, 크고 작은 IT 업체들이 몰려 있다.

지금은 자신의 기업인 벌컨(Vulcan)을 이끌면서 자선 사업과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앨런은 레드먼드에서 가까운 시애틀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는 영화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의 배경이 되는 수상주택 지역 부근의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곳은 기존의 암퇴치연구소를 포함한 의학 연구의 중심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도 본사를 그곳으로 이전했다.

뉴욕 헤지펀드에서 잘나가던 제프 베조스가 지난 1994년 아마존을 창업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미국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며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리는 시애틀까지 달린 것은 그곳에 가면 자신이 꿈꾸고 있는 기업에 절대 필요할 컴퓨터 관련 인력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구글도 수년 전부터 MS의 코앞에까지 진출해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오늘날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게이츠와 앨런 때문에 생긴 수많은 컴퓨터 인력 덕분이다. 구글도 덕을 보고 있다.

MS에 다니다 아마존을 거쳐 현재는 구글에 다니고 있는 친구와 어제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보통 IT 업체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자유분방한 근무환경 때문인지 여유가 있어 보이고 자신감이 넘치는데 MS 근무 당시 매니저급으로 고참이었던 이 친구는 구글 다니기가 꽤 힘들다며 겸허함을 배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자신과 경쟁해야 할 우수한 인재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게이츠와 앨런 둘다 이제는 IT와는 거리가 먼 자선 등 다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개성 강하면서 비전 있던 두 남자는 컴퓨터 인력 양성으로 IT산업을 크게 발전시키는 발판을 마련했고 앞으로도 새로운 창업자와 IT 기업들이 탄생할 것이다.

다음 휴가지는 실리콘밸리 지역이다.

거기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는 그 지역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한번 보고 싶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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