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지방銀 민영화 원칙의 모순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5 16:28

수정 2014.11.04 09:01

[특별기고] 지방銀 민영화 원칙의 모순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의거해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두 은행은 과거 경남과 광주 지역민에 의해 설립된 지방은행으로 지난 외환위기 때 곤란에 빠지자 경남은행의 경우 25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에 수많은 지역민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주식은 모두 감자 처분된 아픈 과거가 있다. 결국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소생했지만 진정한 지방은행이 아니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계열사로 재탄생했다. 그 후 이들 은행은 투입된 공적자금을 거의 상환할 정도로 양호한 영업실적과 재무상태를 달성했다.

성공적으로 회생한 이 두 지방은행의 민영화가 지난 몇 년 사이 두 차례나 시도됐지만 그 방식의 비현실성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민영화가 거론되던 초기부터 경남 도민과 광주 시민은 이들의 지역 환원 및 지역 컨소시엄에 대한 우선협상권 부여를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이러한 지역민의 희생의 역사와 강력한 염원을 정부 당국자들이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정부의 입장과 당국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민영화 원칙들에 내포된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및 이를 위한 최고가 경쟁입찰 원칙을 보자.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을 상환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회사별로 보면 이 원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최고가 방식을 고집한다면(3528억원이 투입된 경남은행의 경우 만약 1조2000억원에 매각된다면 매매차익은 원금의 3배 이상이다) 공공주체인 정부가 사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먹튀'라고 비난받는 론스타와 같은 민간회사와 무엇이 다를까?

다음, 금융산업 발전이란 원칙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정부의 머릿속에는 무엇보다 지역금융과 지방은행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없다. 재벌계 대기업 주도로 성장해온 한국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부품과 소재를 납품하면서 전체 고용의 95% 이상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 여기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관계 구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 지원에 특화된 은행시스템 구축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소·중견기업은 지역밀착 관계금융의 시행이 어려운 대형 시중은행들의 눈 밖에 나 있어 지역 금융시스템 구축은 더욱 절실해진다. 형해화된 '1도 1행'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

그 첫걸음은 원래 지방은행이던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지역민의 손에 되돌려주는 것이고 나아가 인천, 경기, 강원 등 지방은행이 없는 시·도에는 지방은행이 설립돼야 한다.

끝으로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지방은행의 사금고화 가능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건 기우이다. 이 우려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지방은행인 부산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이 사금고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그동안 정부가 기울여온 은행 거버넌스 개선 노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므로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서익진 경남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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