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상당한 개연성만으로 조사,기준 모호해 기업에 불리”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9 03:48

수정 2013.08.29 03:48

[특별기고] “상당한 개연성만으로 조사,기준 모호해 기업에 불리”

지난 8월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입찰담합조사과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즉, 향후 경쟁정책과 관련해 담합조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정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만 있으면 공정위는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한 개연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담합조사라는 비판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또한 담합 사실이 설령 확인됐다 하더라도 그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공정위 입장에서는 담합행위의 확인 여부를 떠나 조사란 단지 의례적인 행사로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조사를 받는 피조사기업들이다. 우리 법은 피조사 기업이 담합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더라도 상당한 개연성만 있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담합추정규정을 두고 있다 (법 제19조 제5항). 이는 피조사자의 위법사실을 조사기관이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주의에 대한 명백한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서 피조사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규정이다. 즉 피조사기업은 담합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매출액 10%까지의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등과 같은 형사처벌도 받아야 한다. 당연히 피조사자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담합조사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것도 수시로 그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반면에 조사기관인 공정위의 경우에는 설령 조사권을 남용한다 하더라도 법적인 제재가 미흡하여 피조사기업들에 비해 담합조사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즉, 공정거래법 제50조의2는 담합조사 시 이 법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조사를 행해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금지시키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조사권 남용 시 이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당연히 과도한 담합조사라는 지적들이 부당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법제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담합조사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담합추정규정을 보완하여 담합의 입증책임을 공정위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담합추정의 예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담합추정을 인정하는 것 또한 좋은 개선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담합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시행령이나 시행세칙, 또는 최소한 고시 등을 통해서라도 열거하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공정위의 자의적인 조사를 제도적으로 예방하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과도한 조사라는 비판으로부터 공정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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