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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눈치보게 만드는 공정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하는 '경총포럼'은 매달 유력 인사를 초청해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사회 현안에 대해 강연을 듣는 조찬세미나로, 평소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세미나도 비교적 조용히 치러지곤 했다.

그러나 29일 서울 소공로 조선호텔에서 열린 191회 세미나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이날 강연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노대래 위원장이었다. 그래서일까. 강연장은 궂은 날씨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기업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총 관계자도 "평소보다 많은 좌석을 확보했는 데도 좌석이 부족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지난 6월 현오석 부총리 때보다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대단했다. 현대제철 박승하 부회장을 비롯해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정범식 롯데케미칼 총괄사장 등 국내 유력 기업의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주요 유통 및 보험사 중역들도 노 위원장의 강연을 경청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동종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이날 포럼에 상당수 참석하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하반기 공정거래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노 위원장의 강연에 이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이들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 위원장은 강연 내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침범 등의 문제는 투자와는 상관없는 문제"라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노 위원장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이날 포럼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마무리된 직후 장면은 또 다른 진풍경이었다. 포럼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석자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자리를 뜬 것. 모두 휴대폰을 켜 급히 강연내용을 보고하는 눈치였다. 이날 산업계가 공정위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렇게까지 눈치를 본다는 사실에 놀란 건 기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위상과 역할이 대폭 강화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질서는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계가 일일이 눈치를 보는 분위기를 만든 건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병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