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식물자원의 기능성 소재화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30 03:17

수정 2014.11.03 17:09

[특별기고] 식물자원의 기능성 소재화

지구상에는 약 30만종의 식물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84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이 식물 중 국내에서 약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2100여종으로 추정되지만 약으로서 구체적인 규격이나 기준이 정해진 것은 430종(대한약전 생약규격집 등록)에 불과하다. 성분과 효능을 밝혀낸 식물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으로 식물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식물에서 유래된 화합물로부터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키나나무의 키니네, 버드나무 유래 해열진통제 아스피린, 주목에서 추출한 항암제 탁솔 등 많은 신약이 개발됐고 허브류 등은 기능성 식품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는 산채를 비롯한 갖가지 야생 식물들이 계절마다 다양하게 자란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자생식물들을 보릿고개 시절 허기를 채워주던 중요한 구황식품으로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요법으로 각종 질병치료나 예방에 이용해 왔다.

최근에는 자생식물에 함유된 천연물질의 생리활성 효능이 밝혀짐으로써 약용식품 또는 건강식품으로 이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생식물 재배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수명 연장 및 웰빙 바람의 영향으로 건강기능식품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그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생산액의 경우 2008년 8031억원에서 2012년에는 1조4091억원으로 43% 증가했다. 제조.수입 및 판매업체 수도 2008년 5만8570개에서 2012년 8만7343개로 49% 증가했다. 건강기능식품 제품화 성공의 대표 격인 홍삼의 경우 건강기능식품 전체 생산액(2012년 기준) 중 46%를 차지하며 2008년 4184억원에서 2012년 6484억원으로 35% 이상 증가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에서는 국내 토종 자생식물을 대상으로 다양한 효능을 평가하고 건강기능식품 제품화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꿀풀, 다래, 돌단풍, 참취 등 국내 토종 산채류가 암 예방, 비만 억제 및 면역력 향상 등 다양한 효능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토종 농산 자원(민들레·유근피·결명자)의 과민성 피부 면역 개선 효과를 밝혀 건강기능식품 원료(AF-343)로 등록했다. 또한 미국 농무성과 공동연구를 추진해 신선초와 검은콩 복합추출물로 항산화 효과가 높은 '노화억제 영양바'를 개발했다.

이와 같은 기능성 구명 연구를 실용화 단계까지 발전시키고 국내 기능성소재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각적 측면의 연구노력이 꾸준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국내 토종 식물자원의 기능성 소재 원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원료의 품종 및 재배조건-활성물질의 함량-제조공정 등 모든 과정을 기준규격(표준화)화하는 체계적인 연구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또한 우리만의 독특한 기능성 소재 발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배방법, 품종개량은 물론 특정 효능을 갖는 특이성분을 찾아내는 등 체계적이며 심도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

아울러 기능성 소재 원료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와 인체 내에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 및 의약품.식품과의 복합효과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식품으로 적용하기 쉽도록 소재의 맛, 향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의 기능성식품에 대한 이해, 법.제도의 효율화, 산·학·관·연의 협력이 이뤄져야만 '홍삼'과 같은 성공 모델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종철 농촌진흥청 농식품자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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