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과거의 늪에 빠진 미래부

윤휘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30 03:17

수정 2014.11.03 17:09

[데스크칼럼] 과거의 늪에 빠진 미래부

미래창조과학부가 '과거'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말만 미래창조과학부일 뿐, 전혀 '미래'를 창조하고 있지 못해 안타깝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정부 출범 때 가장 주목받았던 부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우리나라를 살릴 유일한 방법은 '창조경제'에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옛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직을 통합했으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까지 흡수해 거대 부처로 출범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창조경제의 씨앗을 틔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는커녕, 오히려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과 규제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속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정치권과 여론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을 옥죄는 현실은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해 7월 2일부터 올해 5월 말까지 19대 국회가 개원한 약 1년간 발의된 의원 법안 가운데 경제활동과 관련된 법안은 440건이며 이 가운데 358건(81.4%)이 기업들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라는 통계가 있다. 지금 기업들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본지에서도 수차례 문제를 지적한 상법개정안의 경우 여당 내에서도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방안'이 너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급기야 지난 28일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들과의 오찬에서 상법개정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발언했을 정도다.

규제가 심해지면 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거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업들은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투자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올해엔 연초 계획보다 투자규모를 줄이겠다는 그룹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반기 투자 실적 역시 계획보다 줄었다. 이런 불똥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도 튀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의 싹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온 통신산업은 '주파수 경매전쟁'에 몰입돼 나머지 신사업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거대 통신업체들이 ICT 산업 전반에 물(투자)을 줘야 하는데 주파수 경매에 사활을 거느라 신경을 못 쓰기 때문이다. 대형 포털들은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국회의 규제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벤처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건전한 산업생태계가 조성될 수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래창조과학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포털을 공격하고 있을 때 미래창조과학부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의 주파수 경매에서는 한술 더 떠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이용해 이동통신업체들을 '도박판'으로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부 부처 공동으로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개인·기업들의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ICT와 융합돼 창의적 자산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협력해 다양하고 좋은 일자리가 끊임없이 생성된다며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당시의 발표를 곱씹어보면 그런 비전이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 든다.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주도할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말로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

yhj@fnnews.com 윤휘종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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