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中자본시장 개방을 생각한다

#. 2012년 2월 23일.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자본시장 개방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개방 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저우추취(走出去 ·해외로 나가자). 여기엔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를 적극 장려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2단계는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이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 경제규모에 걸맞게 자국통화인 위안화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다.

마지막 단계는 금리의 시장화 및 시장수급에 연동된 환율정책을 통한 자본시장 완전 개방이다. 개방의 순서와 원칙은 실물 경제의 상관성과 리스크를 고려해 다음과 같이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주식·채권시장 개발여건을 확보하며 △내국인의 해외 거래를 자유롭게 해 개방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외환 거래 자유화(예를 들어 선물환)를 위해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한국의 1990년대 증시 개방 일정을 연상케 한다.

#. 중국이 금융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지난 7월 내놓은 첫 작품인 '대출금리 자유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금리 자유화, 환율 시장화, 자본항목 개방으로 이어지는 3단계 금융개혁의 첫 단추인 셈이다.

당시 외신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로이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 경제의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천명한 리 총리가 집권 4개월 만에 중대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진단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금융 부문이 정부가 아닌 시장 주도로 움직이게 된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리 총리는 더 나아가 지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기명 기고에서 "리코노믹스(리커창 중국총리의 경제정책)를 통해 중국 경제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자신감을 넘어 중국의 힘이 느껴진다.

그는 "중국 경제의 개혁 개방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건강한 성장 기반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리 총리의 이 같은 자신감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경제 지표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연율 기준 7.2% 늘어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5.5%)와 7월 증가율( 5.1%)을 크게 웃돌았다.

#. "중국 자본시장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한국 자본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개최한 '제11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 참석한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중국 자본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신속하게 중국 시장으로 옮길 것입니다.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등 각종 규제로 얽혀있는 한국 시장은 더욱 초라해지겠죠." 그는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로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걱정했다.


문제는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에 속도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한국 금융당국은 전혀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이 자본시장 문을 활짝 열면 이머징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이 어떻게 변화하고, 한국 자본시장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여부에 대한 연구나 고민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자본시장은 그 어떤 시장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