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붕괴..6대 재벌가문은 승승장구

대한민국 '샐러리맨 CEO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웅진 윤석금 회장에 이어 STX 강덕수 회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의 샐러리맨 신화는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다. 반면 전통적인 6대 재벌 패밀리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며 뿌리가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런 걸까. 전문가들은 샐러리맨 최고경영자(CEO)들이 일군 회사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물적·인적 자원이 취약한 데다 경영환경이 개방경제시대로 변화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리스크가 커진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6대 가문 비중 67.7%로 '껑충'

반면 이미 대규모 군단을 이룬 범삼성, 범현대, 범LG, SK, 롯데, 범효성 등 6대 패밀리는 적절한 성장전략과 리스크관리로 한국 산업의 '뿌리'로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12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출자총액제한 일반기업집단 내 6대 패밀리의 자산 총액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07년 말 59.5%에서 작년 말 67.7%로 8.2%포인트나 급등했다. 이 기간 내 6대 패밀리의 자산 총액은 525조원에서 1054조원으로 2배(100.8%)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출총제 기업집단의 전체 자산 총액은 883조원에서 1558조원으로 76.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편 STX의 자산증가 속도는 6대 패밀리보다도 빨랐고, 웅진도 평균치 이상을 기록하며 고속성장세를 기록했다. STX는 자산이 2007년 10조9000억 원에서 작년 말 24조3000억원으로 122.9%나 늘었고, 웅진은 4조9000억원에서 최고점인 2011년 말 9조3000억원으로 89.7%를 기록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몸집 불리기식 고속성장 전략보다는 적절한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지난 5년간 중도 탈락한 그룹들은 하나같이 리스크관리와 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샐러리맨 CEO, 위기에 취약

윤 회장과 강 회장의 공통적인 실패원인은 '경영판단 미스'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다른 재벌기업에도 흔히 있는 일이다. 문제는 위기대처능력이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이형오 교수는 "STX의 경우 조선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회사인데 조선경기가 악화되다 보니 그룹이 위기에 빠졌고, 웅진 역시 태양광이나 건설 쪽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지만 해당 업종 경기침체로 무너졌다"면서 "어떤 기업이든 위기를 겪을 수 있지만 다른 쪽에서 커버할 수 있는 지원군이 부족해 그룹이 와해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박원우 교수 역시 "기업의 역사가 짧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물적·인적 자원을 구축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특히 위기에 대처할 조직을 키우는 역량이 부족했으며, 금융이나 정치권의 네트워크도 미약해 구조조정 강도도 세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거 성공방식 안 통해

더 이상 옛 성공전략인 불도저식 경영이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집중적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전무한 영역도 많아 수많은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젠 개방형 시장경제체제로 바뀌면서 경쟁무대가 글로벌화됐고 그만큼 리스크도 커졌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엔 우리나라 산업환경이 미흡해 확장전략을 펴도 위험이 적었지만 지금은 개방경제시대로 리스크가 매우 크다"면서 "과거 창업 1세대들이 기업을 고속성장시켜온 힘은 자신감이었지만 이젠 경제상황이 바뀐 만큼 새로운 성공모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